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풋옵션 분쟁 1심서 敗‥교보생명 IPO 사실상 '무산'

  • 공유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박지환 기자]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FI) 간 풋옵션 분쟁에서 1심 재판부가 이 FI측 손을 들었다.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 뿐아니라 신창재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딜로이트안진 임원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딜로이트안진 직원 1명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임직원 2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투자자 측에 유리하게 평가 기준일을 적용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딜로이트안진이 사용하지 않은 다른 시장가치 평가 방법을 동원하면 42만9000원으로 더 높은 가격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딜로이트안진이) 가능한 범위에서 다양한 가치평가 접근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고, 어피너티 컨소시엄에 유리한 방법만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이 자사의 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보유한 풋옵션(특정 가격에 팔 권리) 가격에 해당하는 공정시장 가치(FMV)를 산출하며 기준을 위반해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했다면서 지난해 4월 검찰 고발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 최대주주 신창재 회장과 2012년 9월 주주간 계약(SHA)을 맺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재무적투자자들이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되 3년 안에 기업공개(IPO)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IPO가 불발되면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IPO가 계속 미뤄지자 재무적 투자자들은 2018년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주당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교보생명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풋옵션 행사일이 2018년 10월 23일인데도 평가를 맡은 딜로이트안진이 공정시장 가치를 2018년 6월 30일 기준으로 산출해 풋옵션 행사가격을 의도적으로 과대평가했다고 주장했다.


교보생명 상반기 IPO '빨간불'‥지배구조도 흔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재판결과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사법리스크는 IPO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사건'이 없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교보생명이 청구한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에서 기일 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심사를 연장했다.


1심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어피니티 측은 풋옵션 이행을 두고 교보생명을 압박할 수 있게 됐다. 어피니티가 원하는 가격대로면 풋옵션 지분 가치는 2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신 회장이 이를 소화하려면 지분(33%)을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풋옵션 분쟁이 교보생명 지배구조까지 흔들 수 있는 셈이다.


FI측은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2차 중재 신청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1차 중재 판정과 법원의 가처분 관련 판결에 이어 형사 재판에서도 FI들이 행사한 풋옵션과 제출한 보고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만큼 2차 중재에서는 신 회장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FI측 관계자는 "신 회장은 그동안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유로 안진의 평가보고서가 위법하다는 점을 들었다"며 "물론 이런 주장도 상대방의 보고서와 무관하게 각자의 평가기관을 선임해 가격을 제시하도록 명시된 계약서를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2월 중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중재에서는 신 회장이 처음부터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FI들을 공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측은 "검찰은 자본시장의 파수꾼인 회계사들이 자본시장의 참여자들과 짜고 자신의 책임을 저버릴 때 자본시장의 건전성은 훼손되고, 이는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 전체의 기초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 만큼 검찰 측이 항소해 항소심에서 적절한 판단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또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IFRS17과 K-ICS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 전환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