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삼성물산 저평가 해소 기대”
자사주 물량 시장에 쏟아질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금융당국의 자사주 제도 개편 움직임에 '자사주 효과'를 겨냥한 투자자의 관심도 크다. 실적 대비 저평가 상태인 지주사가 투자처로 떠오를 수 있다. 자사주를 소각해온 기업들은 앞으로도 주주환원에 적극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역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와 달리 자사주를 소각할 의지는 없는데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종목이라면 자사주 물량이 쏟아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수현 DS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도입되면 좋은 의도(주주환원)를 가진 기업만이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아져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라며 "특히 지난 3년간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많이 진행한 기업은 제도 변경 이후에도 자사주 매입·소각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최근 3년간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한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디아이(10.1%)·메리츠금융지주(9.0%)·MDS테크(6.7%) 순이었다. 이어 한라(4.5%)·코나아이(3.6%)·금호석유화학(3.4%)·포스코홀딩스(3.0%) 등이 뒤를 이었다. 신한지주(2.6%)·메리츠화재(2.4%)·하나금융지주(1.4%)·KB증권(0.8%)도 상위 15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경영권 방어 여부를 떠나 주가 차원에서만 보자면 자사주 소각은 지주회사가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날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이면서 주가의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특히 주목하는 회사는 자사주 비중이 큰 SK와 삼성물산 등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SK그룹은 전체 주식의 24.4%(1812만6820주)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비중도 13.2%(2342만2688주)에 이른다. 이상헌 연구원은 "SK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소각하면 중장기적 주가 부양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소각 여부 역시 주주환원정책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종목 가운데 제도 변경 이후 기존 자사주를 시장에서 팔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자기주식 비율 상위 종목은 신영증권(52.7%)·조광피혁(46.6%)·일성신약(44.3%)·텔코웨어(42.0%)·중앙에너비스(41.6%)·모토닉(34.5%)·부국증권(33.4%)·SNT중공업(32.7%)·한샘(32.6%)·롯데지주(32.3%) 등이 꼽혔다. 김수현 센터장은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종목의 리스트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변경 이후 기존 자사주 처리 방식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