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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은행 저격수 이창환 대표 “1兆 펀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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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년 남짓 신생 펀드의 저돌적 공세
“소액주주 권리 무시돼 기업도 저평가”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얼라인파트너스의 기세가 만만찮다. 출범 1년 남짓한 사실상 무명 회사가 SM엔터테인먼트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혁과 국내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 변화를 이끌고 있어서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가 제기한 이슈들이 관심을 모으고, 그에 따라 변화의 움직임이 일자 이 대표가 저격한 기업의 주가도 움직였다. 코스닥 시장이 23% 추락했던 지난해 SM 주가는 22% 올랐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새해 들어 20% 이상 상승했다. 특히 불과 3개월 전 7000원대를 맴돌던 JB금융지주의 주가는 18일 현재 1만원을 넘어섰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의 2대 주주다. 1986년생인 이창환 대표는 펀드 설립 1년 만에 자본시장에서 MZ세대의 대표주자를 넘어서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썝蹂몃낫湲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사진제공=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는 "현재 3개 펀드에서 2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 1조원 규모로 운용자산(AUM)을 키워보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해외에서 기관자금을 좀 모아보려고 한다"며 "얼라인이 한국에서 SM이나 금융지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 활동으로 만들어낸 기업가치 개선 사례 등을 보여주면서 같은 방식으로 한국 상장기업에 투자하겠다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의 이익만 관철되는 국내 기업이 여전히 많아, 주주행동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해외 기관들의 자금을 넣은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 규모를 키우고 좀 더 공격적으로 '행동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를 거쳐 2012년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서울사무소의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동학개미 열풍이 한창이던 2021년 주주행동주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KKR을 나와 얼라인파트너스를 차렸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국내 개인투자자 수가 140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기업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관심이 커지는 흐름을 읽었다.


이창환 대표는 "큰 회사에 다니면서 글로벌스탠더드를 배웠다"며 "대주주가 모든 권한을 갖고도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 비합리적인 한국 상장사가 많은데 이런 비합리적인 구조를 개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1조 자본을 가진 똑같은 회사가 한국서 상장하면 1조원, 대만은 2조, 미국서는 4조원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며 "주식회사라는 것은 다들 주식을 가진 만큼 회사의 이익을 나누자는 것인데, 지분 20%를 가진 사람들이 회사를 좌지우지하고 나머지 1%씩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안 주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저평가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을 예로 들며 "대만은 중국과 갈등이 있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한국 대비 밸류에이션이 2배"라며 "제도가 잘 정비돼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자본시장 선진국에선 당연히 보호받는 일반 주주들의 가치가 무시되면서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다고 이 대표는 분석했다. 이는 국내 상장기업들의 가치평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지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이창환 대표는 지난 1년간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에 몰두해왔다. 당면 과제는 금융지주의 배당 확대 등 가시적인 주주환원 정책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KB·신한 등 주요 국내 금융지주 7곳에 "매년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 환원하라"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 은행과 비슷하게 돈을 벌면서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서는 인색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각 지주사에 다음 달 9일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도록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은행이 돈을 벌었을 때 3가지 길이 있다"며 "자본을 적립할 수 있고, 대출 성장을 할 수 있고, 배당하는 데 쓸 수 있는데 국내 은행들은 대출만 늘리고 배당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부담이 된다"며 "이 때문에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자칫 은행도 부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사람들은 배당을 안 하면 은행이 돈을 가지고 있는 줄 알지만 그게 아니라 계속 대출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상법상 주주 제안을 실행할 계획이다. 주주총회에 직접 안건을 올리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실 엄청 피곤한 일이지만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할 것"이라며 "외국인이 나설 수도 없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얼라인이 나서서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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