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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IPO, 천수답 시장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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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상장 철회 기업이 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올해 들어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수요예측에서 예상했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상장 일정 연기로 이어졌다. 수요예측 당시 국내와 해외 주요 증시가 부진한 탓에 기관투자가가 공격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국내 IPO 시장을 '천수답'이라 부르는 이유다.


IPO의 성패는 상장을 추진 중인 개별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보다 수요예측과 공모 당시 시장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IPO를 위한 공모가를 산정할 때 상장사 기업가치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식시장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국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유망 기업이 적시에 자금 수혈을 받아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우선 공모가를 산정하는 데 거품이 과도하게 끼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올해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예측에서 1경5203조원에 달하는 주문 금액을 기록했다. 2차전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1주라도 더 받으려는 기관이 경쟁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청약 증거금을 내는 개인과 달리 기관은 증거금을 내지 않아도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별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 가운데 상당수는 예비 상장사의 성장 가능성보다 상장 직후 주가 흐름에만 촉각을 곤두세운다. 상장 당시 이슈몰이를 통해 단기간 차익을 실현하려는 기관이 많지만 이를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 금융 당국은 LG에너지솔루션 사태를 계기로 수요예측 제도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제도 개편과 함께 주관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1년 미만 신규 상장 주식의 주가 흐름도 IPO 시장 흥행에 영향을 주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공모가 적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상장 직후를 제외하고 1년 내내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상장 첫날 59만8000원까지 치솟았던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44만원을 밑돌고 있다. 주관사는 예비 상장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공모가가 높아지고 공모 규모가 커질수록 수수료도 늘어나는 구조다. 예비 상장사 입맛에 맞는 공모가를 확정하는 데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IPO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증권사들은 IPO 기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내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SK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가 틈새시장을 노리고 IPO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IPO 기업을 적극적으로 분석한다. 주관사가 IPO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만큼 새내기 상장사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상장을 추진하면서 제시했던 추정 실적과 1~2년 후 실제 실적 차이가 큰 경우가 적지 않은 데 발행사와 주관사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문제다. 높은 공모가를 위해 공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거나 상장 직전년도 실적을 인위적으로 좋게 만드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IPO 시장 경쟁력 강화는 공모가 거품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그에 걸맞은 가치평가를 받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천수답 시장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경기가 어렵고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자본시장의 자금 수혈 기능이 활발해져야 하는 데 오히려 위축된다면 기업 경영난은 가중된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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