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아시아경제 바로가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CVC 전성시대]②벤처캐피탈리스트들, 독립계 VC 나와 이동 러시

  • 공유하기
  • 인쇄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VC 불확실성 커지자 ‘안정’ 추구하려는 심사역 늘어
대규모 성과보수 없어도 고연봉 등 좋은 조건 제시
자금 걱정 없이 투자 활동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

편집자주시장 침체기 속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일반 벤처캐피탈(VC)에 밀리는 ‘2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어느새 벤처투자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시기에 모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계열사 지원을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다양한 출자자(LP)를 확보하며 펀드레이징 부담을 낮추고 있다. VC들이 보수적 투자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이며 투자 생태계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CVC의 면면을 살펴보며 벤처투자시장의 미래를 예측해본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이럴 땐 CVC로 가야죠.” 한 벤처캐피탈(VC) 투자심사역은 모 CVC로부터 오퍼를 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 현재 CVC들은 채용 문을 활짝 열고 ‘인재 사냥’에 나서고 있다. 여러 헤드헌터를 통해 대표펀드매니저급 또는 유의미한 트랙 레코드를 보유한 심사역들을 영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VC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채용을 줄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들어 CVC로 이직을 고심하는 심사역들이 대거 늘고 있다. 창업투자회사(창투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등 법인 형태(비히클)와 운용자산(AUM) 규모 등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전공을 가진 심사역들이 CVC로의 이직을 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CVC 심사역들이 VC로 이직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올해 들어선 상황이 역전됐다.


과거 CVC는 VC를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인식이 강했다. 적당히 투자 경력을 쌓은 뒤 VC로 넘어가려는 이들이 많았다. 모기업과의 시너지에 초점을 맞추는 CVC 특성 탓에 심사역의 투자 권한이 다소 낮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과보수’ 문제가 컸다. CVC는 VC와 달리 심사역 개인의 투자 성과를 덜 인정해주는 편이다.


일례로 독립계 VC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김제욱 부사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성과보수로 261억원을 받았다. 김 부사장이 처음 투자했던 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400배가량 올라서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회사 성과보수 지급 방침에 따라 김 부사장에게 상당한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CVC에서는 이런 대박 케이스가 나오기 어렵다.


이처럼 많은 심사역이 CVC 행을 고려하는 배경에는 펀드레이징 문제가 크다. 현재 상당수의 VC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외부 자금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펀드, 프로젝트 펀드 등을 결성해야 하지만, 예년과 달리 높은 난도를 호소하고 있다. 자금 확보가 어려워 펀드 결성 계획을 변경하는 일이 잦아졌다.


대표적인 앵커 출자자(LP)인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예산이 줄어드는 동시에, 높은 금리로 인해 민간 LP들도 지갑을 닫으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꾸준히 펀드를 결성하며 펀드 운용으로 인한 수익을 늘려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존 펀드를 천천히 소진하는 분위기다. 심사역들의 일도 그만큼 줄고 있다.


한 대표펀드매니저급 심사역은 “투자가 업인데 투자를 못 하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LP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펀드레이징 숙제가 워낙 크고 상황이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차라리 CVC로 이동해 펀드 걱정 없이 투자하자는 심사역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CVC행을 택하는 대표급 인력들도 늘었다. 프롤로그벤처스 수장인 신관호 대표는 한국기술투자(현 SBI인베스트먼트), LIG투자증권 PE본부, 트리니티에쿼티파트너스, 유니온투자파트너스, NH벤처투자 등을 거치고 현대코퍼레이션 계열 프롤로그벤처스에 합류했다. LF 계열 LF인베스트먼트의 조동건 대표는 엠벤처투자에 이어 디티앤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F&F 계열 F&F파트너스는 엠벤처투자,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스퀘어벤처스에서 활약한 노우람 대표가 총괄한다.


심사역들의 움직임은 내년 위기가 본격화될 것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올해 벤처조합 결성 현황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총 278개의 벤처조합이 7조517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펀드 수와 펀드 결성액이 역대 1~3분기 최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3분기까지는 선방했지만, 업계에선 4분기와 내년 1, 2분기에 위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VC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분위기다. 한 CVC 대표는 “창투사 등 정통 VC 출신들이 꾸준히 CVC를 노크하고 있다”며 “CVC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 고급 인력들을 확보해 투자팀 구색을 갖춰야 한다”며 “성과보수 체계는 미흡하더라도 고연봉을 중심으로 다양한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책자금 확보의 길도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처음으로 추진하는 CVC 펀드 출자사업이 닻을 올렸다. 산업부는 이번 ‘CVC 혁신기업 지원 스케일업 펀드(CVC 펀드)’ 위탁운용사(GP)로 두 곳을 선정해 각각 200억원씩 출자할 예정이다. CJ인베스트먼트, 프롤로그벤처스, 효성벤처스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