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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 전성시대]③모기업 업종 따라 나뉘는 투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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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에서 자금 마련…전략적 시너지 추구
모기업 핵심사업 연관 포트폴리오 발굴 주력
본업 외 신사업·M&A 등 다른 목적 갖기도

편집자주시장 침체기 속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일반 벤처캐피탈(VC)에 밀리는 ‘2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어느 새 벤처투자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시기에 모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계열사 지원을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다양한 출자자(LP)를 확보하며 펀드레이징 부담을 낮추고 있다. VC들이 보수적 투자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이며 투자 생태계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CVC의 면면을 살펴보며 벤처투자시장의 미래를 예측해본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은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갖고 탄생한다. 대체로 모기업의 업종과 연관성이 깊은 분야를 주력 투자처로 삼는다. 태생적으로 ‘모기업 시너지’라는 사명을 갖고 출범하는 탓에 일반 벤처캐피탈(VC)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 VC처럼 종합적인 투자를 한다고 해도 특정 분야로 쏠릴 수밖에 없다.


CVC 맏형 격인 삼성벤처투자가 대표적이다. 투자 목적은 차익보다 그룹사 차원의 성장 동력 발굴·육성을 위한 전략적 판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만한 기업에 투자를 단행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이는 상태다.


주요 계열사들이 삼성벤처투자가 운용하는 ‘SVIC 신기술 투자조합’에 출자해 투자 목적이 뚜렷한 편이다.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가량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주요 계열사와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신흥국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하며 활로를 모색하는 데 집중한다.


다른 CVC들도 방향성은 엇비슷하다. 정책자금을 중심으로 다양한 민간 출자자(LP)를 통해 펀드를 조성하는 VC와 달리 계열사 지원을 받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일반 VC와 달리 펀드레이징 부담이 낮은 게 장점이지만, 투자 과정에서 계열사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독립적으로 투자를 주도하는 CVC는 드문 편이다.


최근에 등장한 CVC들은 투자 전략을 명확히 하고 있다. 효성그룹이 자본금 1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효성벤처스가 대표적이다. 효성그룹은 그룹 핵심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부장 투자로 핵심기술 국산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다.



LF(구 LG패션)가 자본금 11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LF인베스트먼트는 패션·뷰티·e커머스·식품 등 소비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처럼 LF 본업과 관련한 산업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디지털 및 테크 기반의 플랫폼 기업이나 스타트업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F&F 자회사인 F&F파트너스는 지난해 1월 ‘F&F파트너스 디스커버리 1호 펀드’ 결성을 시작으로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빅토리콘텐츠를 포함해 밤부네트워크(숏폼 드라마 제작사), 와이낫미디어(웹드라마 제작사), 바이포엠(콘텐츠 유통배급사) 등에 투자했다. 콘텐츠와 연계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코퍼레이션(구 현대종합상사) 계열 프롤로그벤처스는 최근 ‘프롤로그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통해 비건치즈를 만드는 ‘아머드프레시’에 투자했다. 앞서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가정간편식(HMR) 전문 스타트업 오픈더테이블에 전략적 투자, 현대코퍼레이션은 기후테크 스타트업 이온어스에 투자했다. 모기업의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지난주 출범한 신생 CVC 세아기술투자는 철강업을 영위하는 세아그룹의 자회사다. 세아그룹은 세아홀딩스를 중심으로 세아제강, 세아베스틸, 세아특수강, 세아항공방산소재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세아기술투자를 통해 철강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래 기술 및 제조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로봇 자동화, 비저닝, 친환경 기술 등에 집중한다.


반드시 모기업 업종과 관련한 분야를 주목적 투자처로 설정하는 건 아니다. 금성백조 계열 라이징에스벤처스는 그간 이노맥신, 다인메디컬그룹, 지티아이바이오사이언스, 스위치원, 팀워크, 오아시스비즈니스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이 밖에 동원그룹의 동원기술투자는 스타트업 투자와 함께 신사업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CVC 대표는 “독립계 VC와 달리 다양한 계열사의 지원을 받는 만큼 계열사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모기업과 관련한 섹터에 투자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도 다양한 분야로 나뉘기 때문에 투자에 큰 제약은 없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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