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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경영권 전쟁]하이브 참전에 SM사태 새국면…카카오와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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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하이브, 이수만 지분 일부 전격 인수
에스엠 지분 확보 노리는 카카오, 반격 나서나
개인 투자자는 꽃놀이패 손에 쥐고 미소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임정수 기자, 김희윤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국내 간판 K팝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18.46%) 중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한다. 하이브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하이브는 에스엠의 단일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를 겨냥해 이날 아침 에스엠 측은 공동대표와 경영진 명의로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측의 가처분 신청 및 하이브 인수설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에스엠 측은 "우리는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를 반대하며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는 SM 3.0 전략의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회사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최대주주 측이 주장하는 경영권 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에스엠의 현 경영진과 창업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의 내부 갈등이 복잡다기한 경영권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카카오가 신호탄을 쏘았다. 카카오는 7일 공시에서 에스엠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인 8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이에 반발해 법원에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에스엠 지분 1.1%를 가진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은 일찌감치 에스엠의 현 경영진과 한 배를 탔다. 2년여에 걸친 얼라인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수용한 에스엠 현 경영진은 이 때문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수만 대 반(反)이수만(현 경영진+카카오+얼라인)의 대결 구도였다.


9일 오후 변수가 생겼다. 하이브가 조회공시 답변에서 에스엠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이브 측은 조회공시 답변에서 "당사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등 지분 인수와 관련된 사항을 지속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으며, 본 공시 시점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습니다"라며 "향후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다 하루 만인 10일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의 지분 매매 계약 사실을 전격 공시했다.


얼라인 관계자는 하이브의 조회공시가 나왔을 때는 "(이수만씨와 하이브의 거래 이야기가 돌긴 했는데) 하이브의 속내는 잘 모르겠지만 (에스엠이) 워낙 매력적인 매물이라 부인 공시를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이수만 관련) 평판 리스크도 있고 해서 하이브가 이수만 측과 손을 잡는 모양새를 연출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었다.


하이브의 공식 참전 소식에 얼라인 측의 입장도 좀 달라졌다. 10일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에스엠 현 경영진과 같이한다 ▶카카오는 적대적 M&A가 아니지만 하이브는 적대적 M&A다 ▶향후 스탠스는 하이브가 공개매수 추진하는지 여부를 보고 결정한다 등이라고 밝혔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2021년부터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다만 당시 매각 협상을 진행한 CJ ENM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인수 제안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고 했을 뿐, 실제 매각 의사는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매각 협상에서 그에게 지분 매입 후에도 5년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악사업 총괄 권한과 지분 투자 기회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친(親)이수만 회사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하이브에 지분을 매각하길 꺼렸던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신이 뽑은 경영진과 이사회가 등을 돌리고 카카오까지 에스엠 지분 확보에 나서자 선택지가 좁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가 에스엠의 경영권을 장악하면 K팝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하이브에는 BTS를 필두로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뉴진스·르세라핌 등의 K팝 스타가 포진해 있다. 에스엠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NCT, 에스파 등 막강한 스타를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하이브의 다음 수준은 소액주주의 지분도 사들여 경영권 행사에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이브가 이렇게 움직이면 대결 구도가 '이수만 대 반(反)이수만(현 경영진+카카오+얼라인)'에서 '하이브대 반(反)이수만(현 경영진+카카오+얼라인)으로 확 달라진다. 카카오 측에서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진 않을 테니 궁극적으로는 '하이브 대 카카오'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경영권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이브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기 전 에스엠 지분율은 이수만 18.46%, 국민연금공단 8.96%, KB자산운용 5.12%, 이성수·탁영준 에스엠 공동대표 포함 등기임원 0.66% 등이었다. 나머지는 소액주주들이 들고 있다. 지금은 하이브 14.8%, 국민연금공단 8.96%, KB자산운용 5.12%, 이수만 3.66% 등의 순서다. 카카오가 공시대로 에스엠 지분을 확보하면 하이브 13.5%, 카카오 9.1%, 이수만 3.3%로 또 달라진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상당수 에스엠 지분을 확보하면 경영권 전쟁은 싱겁게 끝날 수 있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이수만 대 반(反)이수만 구도에서는국민연금이나 KB자산운용이 반(反)이수만 편에 설 확률이 높지만, 하이브가 경영권을 쥐면 이들이 하이브 쪽으로 돌아서거나 적어도 중립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이브가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에스엠의 3월 정기주총(3월31일 예정)이나 임시주총에서 반(反)이수만 진영과 표 대결을 벌여야 할 수 있다.


이때 얼라인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얼라인의 지분율은 1%에도 못 미치겠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다를 수 있다. 얼라인은 지난해 에스엠의 감사 선임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해 복수의 기관·소액주주의 압도적 지지(81% 찬성표)를 받았다. 에스엠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극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얼라인 탓에 반(反)이수만 진영에 균열이 생길수도 있다. 얼라인 측은 주주가치 희석을 우려해 에스엠의 유상증자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대승적으로 에스엠 경영진(이사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하이브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지분 인수에 대한 대응에서도 에스엠과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그러나 언젠가 지분을 팔고 나갈 얼라인은 주주이익 극대화에 도움이 되는 쪽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꽃놀이패 쥔 개인 투자자는 주가 상승 기대감

어떤 경우든 하이브 대 반(反)이수만 진영 또는 하이브 대 카카오가 3월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일이 생긴다면 결과는소액주주의 표심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에스엠 지분 인수전이 어떻게 흘러가든 개인 투자자들은 유리한 입장이다.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어떤 구도에서든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6만원대던 에스엠 주가는 2월 9일 9만8500원으로 마감했다(장중 10만3300원을 찍고 조금 내렸다). 하이브 공시가 나온 10일 에스엠 주가는 전날보다 18.78% 급등한 11만700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증권사들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에스엠 같은 엔터테인먼트주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분 인수전까지 벌어지고 있어 호재가 겹쳤다.


카카오 측의 반격이 거세면 개인 투자자는 더욱 유리할 수 있다. 신주와 전환사채로 9.05%에 이르는 에스엠 지분을 챙길 계획인 카카오 측은 인수 주체를 자금력이 풍부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바꿀 수도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계약을 했다. 카카오 측이 풍부한 실탄을 앞세워 하이브와 공개매수 대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법원에서 이수만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에스엠이 카카오 측과 정한 날짜(3월6일)에 유상증자 대금 납입과 전환사채 발행을 할 수 있어 카카오 측이 지분 인수전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이수만 측이 본안 소송을 제기해서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 무효 소송을 할 수 있다).


3월27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의 운명도 에스엠의 지분을 누가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이수만 측에 가까운 하이브 쪽이 승리하면 두 사람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


이수만 총괄의 처조카인 이성수 대표는 1998년 신화가 데뷔했을 당시 PC 통신에서 팬 동향을 알리는 업무로 SM기획과 인연을 맺었고, 2005년 정식 입사했다. 2015년 이후 실장, 그룹장, 이수만 총괄 직속 프로듀싱 본부장, 등기이사 등을 거쳐 2020년 3월 탁영준 대표와 더불어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이수만에게 등 돌린 이성수·탁영준의 위기

줄곧 이수만 사람으로 분류됐던 이성수 대표가 노선을 바꾼 배경은 등기이사로서 경영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2010년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며 경영 퇴진을 선언했지만,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법적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실익만 챙겨온 탓에 두 사람 사이에 틈이 벌어졌고, 이 대표가 결정적으로 에스엠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얼라인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연예계에 밝은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의 연결고리였던 이수만씨의 부인 김은진씨가 2014년 세상을 떠나면서 혈연관계마저도 느슨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슈퍼주니어 매니저 출신인 탁영준 대표는 오랫동안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집사 역할을 해왔다. 상당 기간 김은진씨 뒷바라지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성수 대표와 마찬가지로 회사에 대한 생각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달라 갈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이성수·탁영준 대표는 물론 대다수 직원들도 이수만 체제에서 벗어나 새 출발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얼라인 측은 일단 에스엠과 관계사 간 내부거래의 법령 위반 여부를 면밀히 살필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경영 투명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행동이지만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계산도 있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에스엠 이사회에 직접 들어가 내부거래위원회를 열고 지금까지 논란이 된 주요 내부거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필요할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에스엠은 3월 정기 주총에서 새롭게 선임될 기타비상무이사 1인으로 이창환 대표를 추천할 예정이다. 이창환 대표는 "라이프기획과의 계약은 다 없앴는데 얼라인이 지분을 팔고 나가면 또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회사 구조 자체를 100% 소유 식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에스엠은 콘서트 기획과 아티스트 굿즈 사업을 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와 SM브랜드마케팅 등 관계사에 맡기고 있다. 브랜드마케팅 지분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41.73%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와 에스엠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기준 261억원이다. SM엔터테인먼트그룹의 계열사는 총 40개다. 상장 5개사, 비상장 14개사, 해외 계열사 21개다.


얼라인은 에스엠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조기 종료 후에도 정산 약정에 따라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며 이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라인은 에스엠 이사회가 사후정산 약정을 이행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업무상 배임의 법령위반 행위 등에 해당할 수 있고,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의무) 등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사후정산 약정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 첫 3년간 400억원 이상, 앞으로 10년간 500억원 이상의 로열티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에게 지급해야 될 것으로 추정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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