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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4%대, 이수 9%대…건설사 조달 금리 양극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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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불안에 미뤘던 유동성 확보戰 치열
대기업 계열 건설사 회사채에 수요 몰려
비우량 건설사는 고금리·수요부족 시달려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되면서 건설사들이 잇따라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경색된 탓에 미룰 수밖에 없었던 유동성 확보에 본격 나선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별로 조달 금리나 투자 수요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신용도가 우량하거나 뒷배가 든든한 대기업 계열 건설사는 비교적 낮은 금리에 대규모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 반면 비우량 건설사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의 자금 조달 비용은 큰 폭 늘었다.


대기업 계열 훈풍 이어질까

현대건설은 20일부터 이틀간 총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다. 2년물 700억원과 3년물 800억원으로 나눠 투자자를 모집한다. 주문이 몰리면 2배인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수요예측을 위한 희망금리는 민간 채권평가사의 평가금리 평균(민평금리 평균) -50bp(1bp=0.01%)~+50bp로 제시했다. 현대건설의 평가금리는 4%대 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가, 최근 소폭 상승하는 분위기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 4% 밑으로도 채권 발행이 가능하다.



현대건설은 대규모 인수단을 꾸렸다. KB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현대차증권·대신증권 등이 현대건설 미매각 채권을 모두 인수하기로 하는 총액인수 계약을 했다. 수요예측에서 투자 수요가 충분히 모이지 않으면 이들 증권사가 수요 부족분을 자체 자금으로 인수한다.


IB업계는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만큼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SK에코플랜트(A-)는 최근 총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5080억원의 투자 수요를 모았다. 1년물은 민평금리 -10bp, 1.5년물은 -11bp, 2년물은 -25bp에서 각각 모집 물량을 모두 채웠다. 금리 수준을 조금 높이면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업계에서 신용도가 다소 낮지만, SK그룹 계열 건설사라는 점이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IB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나 현대건설과 같은 대기업 계열 건설사는 든든한 뒷배 덕분에 리스크 대비 금리 매력도가 높아 투자 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라며 "비교적 안전하면서 금리 수준이 높은 채권에 대한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우량 건설사는 사모채·CP 등에 의존

비우량 건설사는 공모채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수요예측 절차가 없는 사모채와 기업어음(CP) 등으로 긴급 유동성을 확보했다. 공모시장에 나오더라도 제대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인수단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20일 1000억원어치의 2년 만기 사모채를 7.80%의 금리로 발행할 계획이다. 앞서 지주사인 TY홀딩스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13%에 빌린 자금 4000억원을 수혈받았다.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가 확인되면서 금리 수준이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의 자금 조달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수건설은 지난 17일 130억원 규모의 6개월 만기 사모채를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투자자와의 협의를 거쳐 9%로 결정됐다. 지난달 26일에도 1년 만기 사모채 100억원어치를 금리 9%에 발행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6%대에 사모채를 발행했던 것에 비하면 6개월 새 2.5%포인트 이상 조달 금리가 상승했다. 케이프투자증권과 한양증권이 이수건설 사모채를 모두 인수한 후 기관 투자가에게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견 건설사인 HL D&I(BBB+)는 공모 채권 발행 시장에 나왔다가 흥행 실패를 맛봐야 했다. 무려 9%의 금리로 50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사자’ 주문은 140억원어치만 들어왔다. 높은 금리를 제시했는데도 투자 수요가 제대로 모이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미매각 채권을 인수해 갔다.


한 운용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BBB급 건설사 채권의 경우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제시해도 투자 수요를 겨우 모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건설사 채권은 같은 BBB급 내에서도 위험도가 큰 것으로 판단해 요구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평가했다.


건설債도 옥석 가리기…"양극화 장기화"

한국토지신탁(A-)·한신공영(BBB)·신세계건설(A)·GS건설(A+) 등도 회사채 발행을 예고했다. 한토신은 지난해 2월 공모채를 발행한 이후 1년 만에 자금 조달에 나섰다. 당시 2년, 3년 만기로 총 1000억원어치를 각각 3%대 후반과 4%대 중반 수준의 금리로 발행했다. 한신공영은 지난해 10월 6%대 금리로 사모채를 발행한 데 이어 약 4개월 만에 회사채를 발행한다. 공모채 발행은 1년 만이다. GS건설은 약 2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회사채 발행시장 관계자는 "A급 건설사 채권 내에서도 대기업 계열인지 여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 예상 실적 등에 따라 투자 수요가 엇갈릴 것"이라며 "건설사 채권 내 양극화 현상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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