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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경영권 전쟁]1라운드 하이브 勝‥카카오 경영진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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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3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인수전의 최대 변곡점으로 꼽히던 '카카오 대상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하이브가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섰다. 당초 법적검토를 거쳐 진행된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이라 가처분 심판 결과가 에스엠·카카오 진영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지만, 막판에 하이브 측에서 10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제출하면서 판세가 뒤집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분 19% 이상 확보한 하이브 유리한 고지 선점

하이브는 에스엠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에는 실패했지만, 이수만으로부터 사들인 14.8% 지분에, 이수만에게 남은 지분 3.65%, 효성 계열사인 갤럭시아에스엠으로부터 사들인 지분 약 1%까지 합치면 총 지분이 19.45%에 달한다. 일부 소액주주가 공개매수에 응했다고 한다면 20% 안팎의 지분을 확보했을 수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 무시할 수 없는 대규모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향후 추가 지분 매수와 우군 확보, 특히 소액주주에 대한 여론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부터가 문제다. 63.55%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아야 한다. 하이브·이수만 진영은 하이브가 에스엠을 인수했을 때 에스엠 주주와 하이브 주주 간의 이해상충 가능성 관련 우려를 적극 설명하고 해소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하이브가 에스엠보다 하이브의 아티스트나 콘텐츠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에스엠 측이 꾸준히 주장해온 '실사 없는 M&A'라는 대목에도 설명이 필요하다. 에스엠 측은 하이브의 지분 인수를 "실사 한 번 없이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드는 적대적 M&A"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기업 거버넌스가 건전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실사 과정 없이 급박하게 진행된 M&A라 인수 후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비전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다. 또 '이수만 1인 프로듀싱' 체제에서 유발된 다양한 문제를 완벽하게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주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하이브는 전날 주주제안 캠페인 페이지 'SM 위드 하이브'(SM with HYBE)를 개설하고 자신들이 그리는 새로운 SM의 비전을 공개하며 소액 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호소했다. 이번 주총에선 이사 선임안이 핵심 포인트다. 현재 에스엠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임기가 모두 27일 끝난다. 이사회 멤버 전원이 교체되기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자기 편 인사를 얼마나 이사회에 집어넣느냐가 경영권 분쟁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카오·에스엠 측은 사내이사·사외이사를 합해 총 9명의 후보를 냈다. 하이브·이수만 측은 6명의 후보를 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지분율 1% 미만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63.55%다. 결국 이들을 설득하는 쪽이 승기를 쥘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양측의 여론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서로의 약점을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


동력 약해진 카카오, 공격이나 후퇴냐‥'총알은 충분', 카카오 경영진 의지가 관건

하이브는 공개매수에 실패했고, 법원이 카카오의 지분인수에 제동을 걸면서 양 진영이 각각 '1패(敗)'를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확보한 지분으로 본다면 카카오의 열위다. 추가 액션을 위한 동력이 현저히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는 이번 법원 결정을 계기로 인수전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외려 법원 판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공격적인 지분 매집에서 나설 수도 있다. 카카오 경영진의 인수의지에 달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기업가치 증대가 절박한 상황이다. 2년 전 래디시(웹소설)와 타파스(웹툰)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린 후 상장을 준비했지만 시장 상황 악화로 미루자 기업가치가 하락했다. 어떻게든 빨리 몸집을 키워 기존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 카카오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의 방식으로 에스엠 지분 9.05%(약 2100억원)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상 지위와 권리, 의무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양도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던 이유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금력은 탄탄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로부터 1조2000억원을 조달했다. 유치한 자금의 1차 투자금 8900억원이 지난달 들어왔다. 나머지는 7월 20일에 납입될 예정이다. 투자금은 운영자금과 타법인 취득자금에 절반씩 쓰겠다고 밝혔지만 전부 에스엠 인수에 활용할 수도 있다. 자금 조달 목적에 ‘회사 사업 전략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울러 사모펀드인 H&Q코리아와 최대 2000억원의 투자 유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분매집에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하이브 측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쩐의 전쟁'을 벌여야만 한다. 앞으로 인수전은 주총에서의 이사진 선정과 IBK투자증권 판교점,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창구 등을 통해 지분을 대량 매수한 기타 법인의 정체, SM의 자사주 추가 매입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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