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주주에만 유리한 유상증자에 불만
“3월 주주총회서 감사선임 등 제안할 것”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화제작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사로 관심을 모은 래몽래인이 경영권 분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래몽래인에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청구한 투자자 P&I인베스트먼트가 래몽래인이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한 방식으로 불필요한 유상증자를 했다며 경우에 따라 감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P&I인베스트먼트는 17일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최근 래몽래인이 실시한 유상증자가 실제로 필요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P&I 측 분석에 따르면 래몽래인은 최근 3년간 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를 기록했고, 2021년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공모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20억원의 영업적자와 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대흥행으로 올해 충분한 현금 보유가 예상돼 별도의 유상증자가 필요 없는 상황이다. 단기 차입금도 56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래몽래인은 지난해 12월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9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P&I 측 심사역은 "현금 유동성 상황으로는 증자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며 "△CPS 발행가에 할인율을 적용한 점 △전환가재조정(리픽싱)이 주가가 내려갈 때만 가능한 점 △30%의 CPS에 매도청구권(풋옵션)을 부여한 점 등에 비추어, 비지배주주에 손해를 끼치면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P&I는 또 래몽래인이 실제로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김동래 대표 등 경영진과 대주주인 위지웍스스튜디오가 회사의 비용 통제를 적절하게 하고 있는지도 주주로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진과 대주주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한 경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계장부를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면서 "만약 경영진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감사 등의 이사진 선임을 비롯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주주제안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P&I는 P&I문화창조투자조합과 P&I문화기술투자조합을 통해 5%에 조금 못 미치는 래몽래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래몽래인 최대주주인 위지윅스튜디오와 김 대표 등이 보유한 지분은 34.5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