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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레몬마켓 문제와 사모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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썝蹂몃낫湲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정보의 비대칭은 역선택(잘못된 선택)을 유발해 시장의 질(質)을 저하시키고 경제·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 UC 버클리 대학의 조지 애컬로프 교수의 '레몬시장(The Markets for Lemons)' 이론이다. 애컬로프 교수는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었다. 차량에 대한 정보가 판매자보다 적은 비전문 개인 구매자는 A와 B 차량의 외관과 성능이 같다고 여기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B를 선택한다. 소비자들이 질 낮은 B를 선택(역선택)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상대적으로 질 좋은 차량은 시장에서 도태되고 저급한 제품 일명 '레몬(Lemons)'이 시장에서 살아남아 승리한다는 이론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Gresham's law)'도 유사한 예로 거론된다. 순금으로 만든 금화(양화)와 불순물을 섞어 만든 금화(악화)가 같은 액면가로 유통된다면, 나중에는 가치가 높은 양화는 유통되지 않고 시장에 악화만 남게 된다. 사람들이 가치가 있는 양화를 저장해 두고 가치가 낮은 악화만을 물건 구매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역선택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시장에서는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양화)를 만들려는 사람의 노력과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국내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의사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의대생 간 마찰이 첨예하다. 일각에서 의사 수가 늘어날수록 정부와 민간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사를 선별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아, 늘어나는 의사 수만큼 진료의 양이 많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소한의 처방과 진단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사들의 의지가 꺾이는 의료계의 역선택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시장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의사 수 증가에 따른 경쟁 촉진→싸고 질 높은 서비스 확대라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자본시장에서도 자산 운용자(펀드매니저)와 해당 운용사의 정보를 알기 어려운 금융상품 소비자들이 판매사만 믿고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에 투자(역선택)했다가 큰 피해를 보았다. 홍콩계 운용사인 젠투파트너스의 채권형펀드, 무역금융펀드 등에서도 연이어 부실 사고가 발생했다. 판매사들은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수십 년 쌓은 신뢰의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태 원인이야 손에 꼽기 어렵지만, 운용사,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회사 간의 정보 교류 부재가 사태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4자 간 정보 비대칭이 만들어낸 문제라는 분석이다. 투명성 부재 속에 운용사는 깜깜이 펀드 규모를 늘리는 데 급급하다 보니 투자처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성실한 운용자가 시장에서 제대로 선택받지 못한 결과다.

금융 당국이 사태 해결을 위해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 사모 운용사 230여 곳의 사모펀드 1만256개가 대상이다. 제한된 인력으로 1만 개가 넘는 펀드를 정밀 조사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관계사인 4자 간 교차 검증도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학자들은 레몬 마켓을 해결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정보 투명성을 제시한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정보의 유통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당국이 물리적으로 사모펀드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면 사모(私募)라는 이름으로 널리 허용된 정보 불투명 문제를 해소하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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