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비해 거래비용 높아
증권사 중간마진 등 보이지 않는 수수료
채권거래 전산화로 거래 문턱 낮춰야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발달로 주식 매매 수수료는 1bp(1bp=0.01%포인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도소득세(투자금융소득세) 도입이 2년 유예되면서 증권 거래세를 제외하면 사실상 주식 거래 비용은 큰 폭으로 내려왔다. 20~30년 전 평균 30bp를 넘었던 수수료가 기술 발달에 힘입어 30분의 1 수준 밑으로 하락한 셈이다. 여전히 증권사 창구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하는 방식의 매매 수수료는 예전 수준에서 싸지지 않았다.
개인들은 낮은 수수료 덕에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수수료 하락과 더불어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비대칭적이던 거래 환경도 많이 개선됐다. 저(低)비용의 편리해진 거래 시스템은 개인 투자자를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시키는 데 일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개인 투자자 급증 현상을 일컫는 동학개미운동에도 거래 비용 하락의 기여도가 적지 않다.
그런데 채권시장의 거래 비용은 여전히 높다. 장내 채권의 매매수수료는 증권사별로 다르다. 하지만 보통 채권 만기까지의 잔존 기간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거래 금액이 낮을수록 수수료가 높다. 평균적으로 잔존 만기가 1년 미만 남은 경우 10bp, 2년 미만은 20bp, 2년 이상은 30bp 이상으로 책정돼 있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고 금리 변동에 따른 매매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은 보통 만기 3년 이상의 채권을 산다. 이 때문에 매번 30bp 이상의 수수료를 내는 개인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소액 거래에 대한 수수료는 이보다 훨씬 높다. 경우에 따라 한 번의 매매로 1% 이상의 수수료를 내야 할 수 있다. 채권을 한 번 사면 만기 또는 만기 인근까지 보유해야 수수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다. 거래 비용이 많이 들어 잦은 매매를 할 수 없고, 수시로 사고파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어렵다.
채권 매매에 따른 실질적인 수수료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채권의 경우 살 때 가격과 팔 때 가격 간 가격 차이인 비드-오퍼 스프레드가 비교적 큰 편이다. 주식과 달리 거래 유동성이 많지 않은 탓이다.
장내 채권시장과 달리 장외 채권시장에는 매매 수수료가 없다. 하지만 숨은 수수료가 있다. 증권사들이 소매 채권 매물을 내놓을 때 채권별로 마진을 붙인다. 일례로 금리 5%에 발행된 채권을 기관 간 시장에서 매입해 소매로 4.7~4.8%에 매물로 내놓는 식이다. 이렇게 매매하면 증권사들은 거의 위험 없이 20~30bp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투자 기관이나 금융회사들이 거래하는 장외 채권시장에서 도매로 채권을 사서 개인들에게 소매로 파는 과정에서 얻는 중간 마진인 셈이다.
채권 이자소득에 부과되는 15.4%의 세금에 매매 수수료, 중간 마진 등을 더하면 개인들은 채권 거래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자에 붙는 세금은 과표가 투자 원금이 아닌 이자소득이어서 모수가 작지만, 수수료는 매매 총액에 부과하는 방식이라 모수가 크다. 수수료가 수치상 소득세에 비해 작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매매하면서 전체 비용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부담이 결코 적지 않다.
자고로 ‘채권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채권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는 30년 전 증권사 객장에 전화로 채권 매매 주문할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채권도 장내든 장외든 HTS, MTS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고 개인들 채권 매매 과정에서 증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비용(코스트)도 많이 줄었다. 서비스 비용이 낮아진 만큼 이제 채권도 주식 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출 때가 됐다.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