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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發 회사채 수급 불안 우려는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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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2분기 요금 인상 불발로 적자 줄이기 어려워
신규 발행액 늘리기 한계…발행 한도 지난해보다 줄듯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는 한국전력공사가 채권(한국전력공사채, 한전채) 발행을 이어가면서 한전채 공급 물량 증가에 따른 회사채 시장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한전이 무작정 채권 발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우량 채권 투자 수요가 충분한 상황이어서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직후와 같은 혼란이 재발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유럽 은행 불안 등 다른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방아쇠(trigger)로 작용하면 채권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어 전체 시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썝蹂몃낫湲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과 전국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소상공인위원회 출범식에서 가스요금·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지원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채권시장 수급 불안 우려…진원지는 전기요금 인상 불발

한전채발 수급 불안이 제기된 핵심 요인은 2분기 전기요금 인상 불발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당정협의회에서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보류하기로 했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더 올릴 것이란 예상과는 상반된 결정이었다. 정부는 지난 1분기에 한전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남은 3개 분기에도 요금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전기료 인상 불발로 한전이 적자 규모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기요금을 더 올리지 않으면 올해도 상반기에만 10조원 넘는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적자로 현금흐름이 악화하면 한전은 발전회사들로부터 전기를 구매하기 위해 외부 차입을 늘려야 한다.


연초 한전채 발행 규모도 큰 폭 늘었다. 한전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발행한 채권은 8조5400억원 규모다. 전년 동기 발행액 대비 17%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 중 단기채 상환을 제외한 신규 발행 채권은 6조8000억원어치다. 한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누적 한전채 발행 잔액은 68조300억원이다. 1년 전 잔액(39조6200억원) 대비 72% 늘었다. 발행 한도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4월 들어서도 한전은 잇따라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일 52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고, 이번 주에 5000억원 안팎의 채권을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불발되고 한전채 발행이 늘면서 회사채로 가야 할 채권시장 유동성을 한전이 빨아들이는 구축효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적자 등 감안한 발행 한도 90조원 전망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한전채 발행액 한도는 공사의 ‘자본금+적립금’의 5배까지다. 경영위기 해소를 위해 긴급한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으로 6배까지 늘릴 수 있다. 현재 한전 자본금은 3조원, 적립금은 17조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발행 한도는 104조6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 한전 적자 등을 고려한 발행 한도는 90조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도상으로는 한전채 발행을 지난해 수준으로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전의 적자를 반영하면 사채 발행 한도에 따른 한전채 신규 발행액이 지난해 수준으로 많이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공사채·은행채 발행물량 통제력…금리는 안정

정부도 한전채 발행이 무작정 늘어나지 않도록 통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한전채 발행 규모를 지난해 30조원 정도에서 올해 10조원 정도로 감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한 언론사 행사에서 "올해 한전채 신규 발행 규모를 관리 가능한 수준인 10조원 미만으로 하자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 하락과 1분기 전기요금 인상으로 월별 한전채 발행액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한전채 발행량은 올해 들어 1월에 3조2100억원, 2월에 2조7100억원, 3월에 2조900억원 등으로 매월 5000억~6000억원씩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1분기 전기 요금 인상의 효과가 한전채 발행액 축소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전채 금리 수준도 하향 안정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한전은 2년 만기와 3년 만기 채권을 3%대 후반 수준에서 4%선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직후 한전채 발행 금리가 6% 이상으로 치솟고, 연초에도 4%대 중반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채 발행액을 만기 도래액 수준에서 조절하는 등 채권시장 수급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어 한전채 발행 폭증에 따른 수급 불안이 재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로는 연일 발행액 이상의 투자 수요가 몰리는 등 우량채에 대한 수급도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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