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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상장사]디지탈옵틱, 노블바이오 판권 가치 ‘뻥튀기’ 평가 의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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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바이오 제품 지난해 절반 이상 ‘회수’
디지탈옵틱이 판권 가져올 때 회수 부분 고려 안 해
CB 발행 피해는 소액주주에게 고스란히 전가

[아시아경제 장효원 기자] 코스닥 상장사 디지탈옵틱이 최대주주인 노블바이오로부터 지난 1월 판권을 가져올 당시, 노블바이오의 주요 제품이 지난해 ‘회수’ 조치됐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블바이오는 디지탈옵틱에 판권을 넘기기 전인 지난해 12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코로나19 검체 채취용 스왑(면봉)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품질 관리를 준수하지 않은 외주 업체에서 제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탈옵틱이 검토한 노블바이오 판권 가치평가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았다. 이에 노블바이오는 380억원 규모의 디지탈옵틱 전환사채(CB)를 현금 지급 없이 취득할 수 있었다.

썝蹂몃낫湲 디지탈옵틱 홈페이지 캡처.


노블바이오 제품 ‘회수’ 반영 안 한 판권 가치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디지탈옵틱은 지난 1월26일 노블바이오를 대상으로 38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노블바이오가 제조하는 바이러스 검체 채취용 스왑(면봉) 제품 등에 대한 국내외 판매권을 취득하기 위한 목적이다.


앞서 디지탈옵틱과 노블바이오는 지난 1월13일 검체 채취용 스왑 등 노블바이오 전체 제품에 대한 공동사업 추진계약(MOU)을 맺은 바 있다. 디지탈옵틱이 노블바이오의 제품을 독점으로 유통하는 대가로 노블바이오에게 38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준 것이다.


노블바이오 제품에 대한 판권을 380억원으로 결정한 이유는 노블바이오 제품을 유통함으로써 향후 3년간 총 600억원이상의 영업이익이 날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판권에 대한 외부평가 의견서에 따르면 디지탈옵틱은 노블바이오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올해 2308억원, 내년 2425억원, 2023년 2543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른 추정 영업이익은 올해 200억원, 내년 208억원, 2023년 215억원이다. 이를 현재가치로 할인한 금액이 380억원인 셈이다.


디지탈옵틱이 미래 연간 매출액을 2000억원대 이상으로 추정한 이유는 노블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이 1350억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노블바이오의 스왑 제품 매출은 전년 50억원 대비 약 27배 증가했다.


문제는 지난해 매출 중 절반 이상이 ‘회수’ 대상 제품이라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노블바이오는 제품 ‘NFS-1’에 대해 지난해 12월 자율회수를 진행했다. 품질관리 미준수로 제품 표준서에 나와 있지 않은 외주업체에 의뢰한 건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NFS-1’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800억원이다. 노블바이오 전체 매출액의 59%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처럼 매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있었지만 디지털옵틱의 노블바이오 판권 가치평가 보고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올 1분기부터 노블바이오 제품 매출은 예상치를 훨씬 밑돌았다. 판권 가치 평가 당시 추정했던 매출대로라면 분기 당 적어도 600억원의 매출이 노블바이오 제품에서 나와야 하는데 올 1분기는 130억원대에 그쳤다.


현금 없이 380억 CB 챙긴 노블바이오

이같이 디지탈옵틱이 무리하게 판권을 사들인 이유는 노블바이오가 최대주주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블바이오는 지난 1월4일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디지탈옵틱의 최대주주가 됐다. 최대주주가 된 후 첫 행보로 노블바이오 제품 판권을 디지탈옵틱에 넘긴 것이다.


노블바이오는 판권을 넘긴 대가로 받은 CB로 지배력을 대폭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노블바이오는 디지탈옵틱 인수 당시 5.81%(현재 주식 수 73만6377주)의 지분으로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내년 1월 판권 대신 받은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37.1%(748만7684주)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보유하고 있는 100억원 규모의 CB까지 전환하면 총 45.9%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판권을 제외하면 노블바이오는 현금 150억원으로 디지탈옵틱 주식 1016만169주를 얻는 셈이다. 주당 1476원으로, 지난 18일 종가 4400원 대비 66.5% 낮은 가격이다.


최대주주인 노블바이오는 판권이라는 무형자산으로 주식을 취득하고 수익을 볼 수 있지만 늘어난 주식 수에 따른 주가 희석은 일반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디지탈옵틱 측은 “판권에 관해서는 회계법인 2곳의 적법한 평가를 받아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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