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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대장동 사태와 SPC(특수목적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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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어느 쪽 진영의 비리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정치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도 5000만원으로 어떻게 500억원이 넘는 배당을 받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혀를 내두른다. 자기 일에 매진하며 일당이나 월급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산 대가로 ‘벼락거지’가 됐는데, 소위 힘 있는 누구는 개발 사업으로 ‘벼락부자’가 됐다니 울분을 토한다.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전직 언론인의 이름을 따 "ㅇㅇ씨는 ㅇㅇ 벌었는데 너는 뭐 했니"라는 자조 섞인 우스개 인사말까지 유행이 됐다.


화천대유 주주들의 천문학적인 수익률의 근원은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다. ‘성남의 뜰’은 대장동 개발 사업 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다. PFV는 최소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할 수 있다. 자본 요건 외에 금융회사 출자 등의 요건을 갖추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활용해 수조원 규모의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수백~수천 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구조다. 실질적인 사업 주체이자 시행사 역할을 한 화천대유는 자산관리회사(AMC)다. PFV보다 적은 3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할 수 있다. 화천대유가 PFV인 성남의 뜰에 출자하면서 대여금을 활용했다면 레버리지 효과는 더욱 커진다. 여기에 성남의 뜰 배당 우선주와 우선주 배당을 제외한 모든 수익을 가져가는 보통주를 나눠 보통주에 투자했으니, 화천대유는 이중·삼중의 레버리지를 활용해 수익률을 높인 것이다. PFV에는 여러 세제 혜택까지 주어진다.


엄청난 수준의 레버리지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활용한 개발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SPC는 PFV와 달리 5000만원으로도 설립할 수 있다. 세제 혜택이 없지만 자본 요건이 PFV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수백억~수천억원에 이르는 대부분의 중소형 민간개발 사업에서는 SPC 구조를 주로 사용한다. 요즘 같은 부동산 호황기에는 자기 돈 5억원만 있으면 차입금을 활용해 100억~200억원 규모의 개발 사업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한 증권사 PF 관계자는 "과거 3~4년과 같은 부동산 상승장에서 화천대유가 거둔 수익률은 어느 개발 사업에서도 가능한 수준"이라며 "반면 금융회사와 건설사가 개발 사업 리스크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 사실상 시행사가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SPC나 PFV를 활용한 개발 사업의 더 큰 문제는 투명성 이슈다. 하루에도 여러 개씩 설립되는 SPC 또는 PFV의 실질 사업주가 누구인지 확인할 방법은 극도로 제한적이다. 개발 사업의 소위 '전주'들은 SPC나 PFV의 대표이사로 바지 사장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내이사도 마찬가지다. 실질 사업주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금융 당국의 감시에서도 벗어나 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왔다 갔다 하는데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출자 구조를 활용해 편법 증여 등 불법이나 부도덕한 거래에도 자주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동 사업의 실질적 주인이 누구냐는 논란이 지속되는 것도 이런 사업의 불투명성을 전제로 한 의심이다. SPC나 PFV를 활용한 개발 사업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불합리한 수익 배분 구조, 투명성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을 힘 빠지게 하는 제2, 제3의 대장동이 나올 게 분명해 보인다.


임정수 기업분석부 차장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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