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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신뢰자본'과 '오스템임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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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자본이다. 신뢰는 거래 비용을 줄여주지만, 역으로 신뢰 상실은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 양치기 소년이 반복된 거짓으로 가장 중요한 재산인 양들을 늑대로부터 지키지 못한 것처럼.


신뢰도는 ‘능력’과 ‘의지’로 평가한다. 상거래에서건 금융시장에서건 거래 상대방의 두 가지 요건을 모두 판단해야 한다. 거래를 계약대로 이행할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이행할 의지가 있는가. 모두 충분하다면 거래는 쉽게 진행된다. 둘 중의 하나라도 부족하면 거래 성사를 위한 또 다른 신뢰 장치가 필요하다. 능력이 부족하면 능력이 있는 3자의 보증을 받고, 의지가 부족하면 각서를 쓰는 식이다.


상대방의 능력이 조금 왔다 갔다 하더라도 과거 이력으로 상대방의 신의성실이 입증된다면 거래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신뢰에 의한 거래가 반복되면 그다음은 일사천리다. 신뢰의 반복이 신용과 자본을 창출하고 거래 참여자들의 부(富)를 창출한다.


자본시장은 신뢰 자본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시스템이다. 능력과 의지 면에서 신뢰도가 높은 기업은 돈을 잘 빌리고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그렇지 못하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재무수치(능력)를 좋게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시장과 부단하게 소통하는 등 신뢰 관계의 수준과 질(質)을 높이려고 애쓴다.


능력과 의지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능력이 다소 떨어지면 회복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질적인 신뢰 관계를 심대하게 반복적으로 훼손했을 때는 회복 불능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그래야 한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컨센서스로 자리 잡고 있다. 능력이 좀 부족해도 개선의 노력조차 안 하는 이가 더 미운 이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시장의 질적인 신뢰를 반복적으로 잃은 상태가 됐다. 회사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인 최규옥 회장과 임원들은 지난 2014년 불법 리베이트로 인한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회사의 성장 배경으로 불법 리베이트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최 회장은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3년 후인 2017년에는 최 회장과 임직원, 계열사 대표 등이 의료기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2008년부터 중고 의료기기를 새 제품으로 속여 팔고, 회삿돈 97억 원 상당을 외국 법인에 부당 지원한 혐의였다.


최 회장이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했지만, 최 회장에 대한 대법원 형 확정 2년 만에 다시 19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횡령 사태가 발생했다. 회사 측은 직원 개인 비위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은 더이상 오스템임플란트의 얘기를 신뢰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1900억 원대의 횡령을 팀장급 직원 혼자 했다는 걸 믿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앞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사건들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짜 아무도 몰랐다면 회사의 내부통제 부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고 후 시장에 대한 대응도 회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다.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발표하긴 했지만, 실질적 오너인 최 회장의 사과는 보이지 않는다. 임직원들이 나서서 사태 해결에 대한 노력과 과정을 시장에 열심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실무를 책임진 IR 팀장은 시장과의 소통 중단을 선언하는 메시지를 뿌렸다.


대표이사가 횡령액을 고려하더라도 회사 경영에는 문제가 없고 자기자본 훼손도 심하지 않다고 했다. 능력이 충분하다는 얘기지만, 질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다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이번이 삼세판이니 회복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임정수 기업분석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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