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기로의 상장사]'자본잠식' 비케이탑스, 전환가 턱걸이로 CB 전환하는 이유는

  • 공유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아시아경제 장효원 기자] 코스피 상장사 비케이탑스의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된다. 전체 발행 주식의 9%가 넘는 물량이라 현 주가에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을 선택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비케이탑스는 지난해 4월7일 발행된 30억원 규모의 제 8회차 CB가 전액 전환 청구됐다고 공시했다. 이 CB는 지난해 2월 50억원 규모로 최초 발행 결정됐는데 두 차례 정정되며 30억원으로 규모가 줄었다. 이 중 29억원은 채무를 상환하는데 사용했다.


8회차 CB의 전환가격은 주당 2072원이다. 최초 발행 당시 전환가격은 1만2304원이었는데 비케이탑스의 시가 하락에 따라 총 9차례 전환가가 조정됐다. 최초 전환가 대비 83%나 낮아진 것이다. 8회차 CB의 전환가 조정 한도(리픽싱)가 액면가 500원까지이기 때문에 전환가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할 수 있었다.


다만 주당 2072원은 CB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안정권의 가격은 아니다. 최근 비케이탑스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날은 장중 2130원까지 내려갔다. 전환가 대비 불과 2.8% 높은 수준이다. 전환 주식의 상장 예정일인 오는 21일까지 주가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CB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 있다.


또 이번에 전환되는 물량은 144만7876주로 현재 발행주식 총수 대비 9.33%에 해당한다. 산술적으로 기업가치가 변하지 않고 주식 수만 늘어나면 주당 가격은 그만큼 떨어진다. 현 주가 수준이 CB 투자자에게 안정적이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CB 투자자들은 원리금 상환을 받지 않고 주식 전환을 선택했다. 8회차 CB는 표면 이자율이 0%지만 만기 이자율은 3%다. 투자자들은 지난 7일부터 조기상환(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고 조기상환율은 103.0560%다. 상환을 요구했다면 약 30억9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식을 전환한 이유는 비케이탑스에 상환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비케이탑스는 연결 기준 영업손실 105억원, 당기순손실 343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이에 따라 자본총계는 49억원으로 자본금 75억원보다 작아져,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본잠식률은 35.7%다. 부채비율도 2000%를 넘어섰다.


현금성자산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억원에 불과하다. 영업현금흐름과 투자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어 재무활동으로 현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지난 2월 10억원의 소액 유상증자만 성공했을 뿐 올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1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계속 납입일이 미뤄지고 있다.


한편 비케이탑스는 코로나19로 인해 감사자료 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제출 지연 제재 면제 심사를 신청해 승인받았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내달 16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