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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영구채' 한전 문제 해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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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자구안의 일환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영구채 발행은 재무개선 효과는 미미하고 한전의 비용 부담만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손쉽게 재무구조를 소폭이나마 개선할 방법이긴 하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이라 하기 어렵다.


한전의 재무상황을 들여다보자.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발전자회사들을 제외한 별도 재무제표상으로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액만 9조162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순손실만 12조원을 넘어선다. 잇단 순순실로 자기자본은 15개월 만에 53조3314억원에서 40조6300억원으로 13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차입금 확대로 부채가 늘면서 부채 총계는 20조원 가량 증가한 78조3400억원에 이른다.


이 거대한 덩치의 공기업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영구채를 얼마나 발행해야 할까. 1조원 정도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1조원의 영구채를 자본으로 인정받아 부채비율을 낮춘다고 하더라도 1분기 말 기준 262%에서 258%로 4%포인트 줄이는 데 그친다. 그렇다고 영구채를 수조원어치를 한꺼번에 발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회계상 부채비율을 조금 낮춘다고 해서 한전의 재무상황에 실절적으로 득이 될 것은 별로 없다. 부채비율은 회계상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영구채를 발행하면 오히려 한전의 이자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영구채는 보통 일반 채권(공사채)보다 1%포인트 이상 발행금리가 높다. 1조원 가량의 영구채를 발행한다고 가정하면 이자 비용이 연간 100억원 가량 추가된다. 여기에 3년 또는 5년 후에 조기 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스텝업 조항에 의해 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올라간다. 이자 부담이 늘지 않으려면 기한 내 콜옵션을 행사해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빅스텝(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 전반적인 자금조달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고리의 영구채를 발행해 실제 자금 유출로 이어지는 이자 부담을 늘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과거 가스공사가 재무개선을 위해 영구채를 발행할 때도 감사원이 이자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지적해 최종 발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전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영구채의 상당 부분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이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리를 낮춰준다고 해도 저수익 채권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산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2분기에도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지속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1년 전보다 164.7%나 뛴 킬로와트시(㎾h)당 202.11원으로 계속 상승 중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한동안 대규모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전이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과도 미미하고 비용 부담만 발생하는 영구채 발행보다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금융 지원을 실행하고 대규모 연료비 부담에 따라 전기료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전기 수요가 폭발하는 여름이 코 앞에 다가왔다. 영구채 발행과 같은 효과가 미미한 미봉책보다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속도 있게 실행되기를 기대한다. 한전의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실책 때문이라고 정치적 논쟁만 하고 있기에는 한전의 적자 시계가 너무 빠르다.


임정수 자본시장부장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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