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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올 연말엔 '한계기업 쓰나미'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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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상장사의 수익성이 나빠진 가운데 12월 결산법인의 ‘2022 회계연도’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상장사는 내년 3월까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적절한 감사의견을 받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증시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삼각파도에 휘말려 속절없이 떨어진 주가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수많은 동학개미들로선 또 다른 암초를 만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금리·물가·환율·원자잿값 상승과 경기 둔화로 한계기업 비중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장사의 수익성 악화는 3분기 실적에서 이미 드러났다. 올해 3분기 유가증권 상장사 네 곳 가운데 한 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했지만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로 각종 비용이 늘면서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급감했다.


상장사 수익성 악화 흐름은 올해 4분기를 거쳐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잇단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3월 0.00~0.2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불과 8개월 만에 3.75~4.00%로 끌어올렸다. Fed가 경기 둔화를 각오하며 금리를 빠르게 올렸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도 유례없는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가 큰 폭으로 벌어지면 국내에서 자금 유출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 악재와 경영환경 불확실성 탓에 코로나19로 지연됐던 기업 구조조정 속도 역시 빨라질 수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등이 ‘좀비 기업’을 양산하는 데 일조했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 역시 만성 적자 기업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했다.


금융당국은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채권은행의 ‘기업 신용 상시평가 운영협약’을 개정했다. 채권은행은 ‘채권은행의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 운영협약’에 따라 해마다 고객 기업에 대해 신용위험평가를 한다. 기업이 기본평가 항목에 기재한 일정 조건에 해당하면 세부평가를 한다. 최근 3년 연속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 최근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최근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기업 등은 세부평가 대상이다. 평가 결과 C등급과 D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은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한다. 채권은행 중심의 워크아웃 또는 법원의 회생절차를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내년 한국 기업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내외 경기 둔화,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위축, 고금리로 이자보상능력 저하 및 금융권 대손 추가 부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파산 위험 등 사면초가에 빠졌다. 특히 대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비용 절감에 나서면 중소기업 재무구조는 상대적으로 더욱 빠르게 나빠진다. 내년 경제 전망이 암울한 만큼 채권은행의 잣대는 더욱 깐깐해질 수 있다.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이러한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증시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전에 보던 주가보다 낮다고 무턱대고 투자할 때가 아니다. 연말 찬바람이 불 때 배당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솔깃한 조언에 홀리지 말고, 내 포트폴리오에 담은 기업이 한계기업이 아닌지 옥석부터 가릴 때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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