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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채로 몰리는 低신용 기업들…이자 부담도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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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 금리 3~4%대에서 7%대로 급등
실적 악화 예상되는 A급 건설사도 사모채 시장에

저조한 실적과 재무상황 악화로 공모 회사채 시장 접근이 어려운 기업들이 연초부터 사모채 시장에 몰리고 있다. 주로 신용등급 A급에 미치지 못하거나 최근 신용도가 급격히 떨어진 건설사들이 사모채 시장을 많이 찾는다. 어렵게 투자자를 찾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금리 때문에 실적 저조에 이자 부담까지 커져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BBB급 이하 중공업·건설 등, 사모채로 자금 조달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S그룹 계열의 LS네트웍스는 이날 3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기관 투자자들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LS네트웍스의 신용등급은 BBB+(등급전망 부정적)이다. 신용등급이 A급에서 BBB급으로 떨어진 이후에는 공모채를 발행하지 못하고 사모채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0일 45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해마다 연간 수천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하는 삼성중공업이 올해 처음 발행하는 사모채다. 한양증권이 채권을 모두 인수한 후 다른 기관 투자가들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신용등급이 BBB로 추락한 상태다. 최근 수주 증가로 실적 회복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매 분기 흑자전환에 실패하며 신용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CJ푸드빌과 코오롱도 같은 날 각각 300억원과 200억원어치의 사모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신용등급은 각각 BBB(부정적), BBB+(안정적)으로 메겨졌다.



사모채는 공모채와 달리 채권 발행 금리를 결정하는 입찰 방식의 수요예측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 기관을 사적으로 접촉해 투자 의사를 타진하면서 금리를 정한다. 기업과 투자자 쌍방 간에 수용할 만한 금리 수준으로 타협점을 찾으면 해당 금리로 채권 발행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신용도 저하로 공모채 발행이 어렵거나 증권신고서 등의 공모서류 제출을 기피하는 기업들이 주로 찾는 자금 조달 수단이다.


최근에는 특히 부동산 경기 악화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건설사들의 사모채 발행 빈도가 높아졌다. SK에코플랜트가 지난 9일 360억원어치, IS동서는 지난 3일 700억원 규모, 대우건설은 지난달 말 200억원어치의 사모채를 각각 발행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모채 시장은 A급 미만 기업들이 자금 조달 수단으로 주로 활용해왔다"면서 "올해 초부터는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A급 건설사들도 사모채 시장에 합류해 사모채 발행 횟수와 발행량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양극화 심화…저신용 기업 금리 부담↑

회사채 시장에 양극화되면서 사모채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조달 금리 수준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발행한 2년, 3년 만기 사모채의 발행금리는 각각 연 6.7%와 6.9%로 7%선에 육박했다. 지난해 3%대 후반, 4%대 초반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것에 비하면 조달 비용이 약 2배로 상승했다.


CJ푸드빌은 1년 만기 자금을 연리 7.5%로, 코오롱은 2년 만기 자금을 연 6.8%로 조달했다. 지난해까지 4%대 초반 수준으로 사모채를 발행해오던 기업들이다. LS네트웍스의 사모채 발행 금리도 4%대에서 7%대 중반 수준으로 급등했다.


건설사들의 사모채 조달 금리는 7%선을 넘어섰다. 대우건설과 태영건설은 7%대 초반 수준에, IS동서와 이수건설 등 중견 건설사는 9% 이상의 금리로 사모채를 발행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실적이나 재무상황 악화로 신용도가 떨어진 기업들인데 조달금리 상승이 수익성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모채 조달 금리는 상승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미국의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불거지면서 중공업과 건설 등 일부 저신용 기업들의 조달 금리는 계속 상승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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