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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IPO] SNK, 상장 후 자본 유출에 몰두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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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효원 기자] SNK가 상장 때 조달한 1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대부분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사이 회사 실적은 반토막났고 주가도 폭락했다. 이에 SNK의 장밋빛 전망을 믿고 공모 청약에 참여했거나 투자한 개인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톡옵션·배당으로 800억 지급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NK는 지난해 5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1697억원을 조달했다. 조달한 자금을 처음 사용한 것은 자사주 매입이다. 지난해 8~11월 SNK는 100억원을 들여 52만8203주(KDR)를 사들였다.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였다.


하지만 이 주식은 임직원들의 스톡옵션으로 헐값에 넘겨졌다. SNK는 지난 8월4일 전세환 이사(6만5000주), 와카야마 신이치로 이사(6만5000주), 토야마 코이치 대표이사(5100주), 사풍 이사(6만5000주), 왕소각 자회사 직원(5만주) 외 26명 임직원에게 앞서 인수했던 자사주 52만8200주를 모두 스톡옵션으로 부여했다.


스톡옵션 행사가액은 SNK의 일본에 있는 원주 1주당 1엔이다. 1주가 100KDR(국내 상장 주식예탁증서)이니 주당 0.01엔(한화 0.11원)에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직원들은 전부 다음날 스톡옵션을 행사했고 이날 종가 1만2950원 기준 임직원들은 약 12만배의 평가차익을 얻었다.


이와 함께 SNK는 고액 배당금도 지급했다. SNK는 지난 9월3일 1주(KDR)당 3332원의 배당금을 중간배당으로 지급했다. 시가배당율 19.8%에 달하는 고배당이다.


배당금 총액은 684억원(약 60억엔)이다. SNK의 지난 3분기(2020년 4월, 7월 결산) 말까지 누적 순이익은 136억원(약 11억엔)이다. 벌어들인 돈의 5배가 넘는 돈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이는 회사에 쌓여있는 이익잉여금 1068억원의 64% 수준이다.


배당금의 상당 부분은 SNK의 대주주 등이 가져갔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SNK의 최대주주는 주이카쿠(ZUIKAKU CO., LTD)로 33.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이카쿠는 갈지휘 SNK 대표이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홍콩 회사다. SNK는 일본에 적을 둔 회사지만 주인은 중국계 법인이다.


상장 전부터 주주였던 2대주주 퍼펙트월드(Perfect World Co., Ltd.)와 3대주주 론센(RONSEN (H.K.) CO., LIMITED)은 각각 18.23%, 11.48%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도 갈지휘 대표 등 SNK의 주요 임원들과 특수관계 법인이다. 최대주주를 포함해 이들이 받은 배당은 총 441억원이다. 전체 배당금의 약 3분의 2를 받아간 것이다.


◆상장 때 조달한 자금 대부분 유출… 실적·주가는↓


SNK는 최대주주인 주이카쿠의 특수관계자로부터 모바일 게임도 234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12월 SNK는 SNK베이징에 336억원을 출자했다. SNK베이징은 ‘천진세용문화전매유한공사’를 만들고 이 회사를 통해 ‘킹오브파이터즈97 OL' 등 SNK IP를 활용해 만든 모바일 게임 5개의 자산 등 영업 전부를 양수했다.


거래 상대방은 ‘레도 인터랙티브’와 ‘회안덕윤네트워크’다. 두 회사 모두 최대주주인 주이카쿠 및 갈지휘 대표의 특수관계자다. SNK IP를 이용해 회사 주요 임원이 보유, 또는 경영하고 있는 회사에서 게임을 만든 후 그 게임을 다시 SNK로 판 구조다.


아울러 SNK는 중국계 펀드에 710억원의 투자도 결정했다. 지난 9월 SNK는 중평캐피탈이 만든 ‘ZP SNK TMT Fund I L.P.’에 총 71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9월 말까지 2500만달러(약 283억원)를 납입했고, 내년 말까지 추가로 3500만달러를 출자할 계획이다.


펀드 출자까지 끝나면 SNK에서 스톡옵션, 영업양수, 배당, 펀드 투자 등으로 흘러나간 돈은 총 1728억원이다. 지난해 상장 당시 일반주주로부터 공모로 조달했던 1697억원을 넘긴 수준이다.


이처럼 SNK가 자본유출에 몰두하는 사이 회사 영업이익은 반토막났고 주가는 공모가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중국기업들이 한국시장에 상장해 ‘먹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소위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없애고 중국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주관사나 거래소가 상장 심사에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NK 관계자는 “배당은 주가하락에도 기다려 준 주주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 위한 차원에서 실시했다”며 “스톡옵션은 일본법상 적법하고 또한 일본에서는 많이 시행되고 있는 형태로 부여된 것으로 자본 유출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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