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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화산 한진家]3남매 똑같이 키운 그룹 지배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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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지배력 '점프업'

한진그룹 일가족 간의 균열은 이대로 봉합될 것인가. 경영권 유지라는 대의를 위해 화해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아직 평화로운 가족 공동경영을 위한 현실적인 이해관계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로 수용 가능한 주고받기가 없으면 언제든 다시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흩어지면 같이 죽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한 번 깨진 접시를 완벽하게 이어붙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부의 우군과 적군을 분별하기도 쉽지 않다. KCGI, 델타항공, 반도그룹 등은 한진칼 지분을 계속 사들이며 계산기를 두들기는 중이다. 지금은 내 편에 서 있지만 언제 다시 방향을 틀어 발톱을 드러낼지 모른다.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연금과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은 어느 쪽에 서야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3대에 걸쳐 그룹 지배력과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의 분기점에 서 있는 한진가 3세들. 이들이 한진그룹 지배력을 확보해 온 과정과 현재 상황, 앞으로의 변수들을 짚어보고 남매 공동경영 체제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본다.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한진그룹 3남매의 그룹 지배력은 2013년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점프했다. 당시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정부 압박으로 기존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력 유지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조양호 전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는 방편으로 지주사 전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한항공 분할·주식스왑으로 지주사 '한진칼' 지배력 확보


지주사 전환은 대한항공의 인적분할로 시작됐다.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을 한진칼과 대한항공으로 분할하면서 조양호 전 회장과 3남매가 보유하고 있던 기존 대한항공 지분(10.12%)은 한진칼(10.12%)과 대한항공(10.12%) 지분으로 치환됐다.


또 지주사 체제 전환 전에 매입해 왔던 대한항공 자사주(약 7%)는 분할을 통해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보통주로 바뀌었다. 기업 분할로 자사주가 의결권을 다시 되살리는 일명 '자사주의 마법'을 활용한 것이다.

이어 조 전 회장은 한진칼과 대한항공간 주식스왑을 단행했다. 지주사인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을 늘리면서 한진칼에 대한 가족 지배력을 늘리기 위한 행보였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3000만주를 현물출자 받고, 그 대가로 한진칼 신주 4312만1149주를 대한항공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그 결과로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율을 32.83%까지 확대했다.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지주사 요건도 갖췄다.


조 전 회장 일가는 주식스왑을 통해 대한항공 지분을 한진칼 지분과 바꿔 지주사인 한진칼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10% 정도에 불과하던 조 회장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은 23%를 넘어섰다.


3남매가 한진칼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것도 이때다. 대한항공 인적분할로 한진칼과 대한항공 지분 1.08%씩을 보유하게 되고, 주식스왑으로 3남매의 한진칼 지분율은 2.50%씩으로 늘어났다. 한진칼에 대한 3남매 합산 지분율은 7.50%로 증가했다.




◇지주사 전환 후속작업…한진가 지배체제의 완성


이후 한진그룹은 남은 순환출자와 상호출자 고리 등을 해소해 나갔다. 한진그룹은 2014년 말 한진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을 매각했다. 이로써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던 순환출자 구조는 '한진칼→정석기업→한진'으로 단순화됐다.


또 정석기업 투자 부문을 떼어낸 뒤 한진칼과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정석기업(사업 부문)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돼 상호출자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와 자회사간 상호출자 금지를 지키기 위해 정석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상호출자가 해소되면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한진가→한진칼→한진'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한진칼과 정석기업 합병으로 대한항공은 한진칼의 자회사가 됐다. 또 한진의 물류 자회사들은 한진칼의 증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바뀌었다.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 100% 이외에 계열회사 지분 보유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요건도 맞췄다.


◇3남매 균등 지배 장기화…잠재적인 균열 원인


지배구조 개편 이후 3남매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한진칼 유상증자 등의 과정에서 미세 변동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까지 지주사 체제 전환 직후 수준을 유지해 왔다.


3남매는 지난해 조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 17.84%를 나눠 상속받으면서 지배력을 다시 한 번 끌어올렸다.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6.4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2%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지분율은 5.27%다.


재계 관계자는 "승계 재원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남매들 중 어느 1명이 압도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없었다"며 "한진그룹에 대한 3남매의 균등한 지배력 구도는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잠재적인 균열의 원인이 되기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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