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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에이치엘비는 옵티머스 펀드에 사기를 당했나?-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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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달 회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400억원을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옵티머스 투자자는 개인 982명, 법인 184개사다. 이 중 에이치엘비는 가장 먼저 피해사실을 밝힌 곳인데 피해 규모도 전체의 10% 가까이 된다. 코스닥 상장사로선 결코 적지 않은 4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속사정이 뭔지 아시아경제가 알아봤다.


27일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에이치엘비가 사업개편을 위해 해덕파워웨이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하던 중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권유에 상품에 투자하게 됐다. 해덕파워웨이의 최대주주인 화성산업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세운 페이퍼컴퍼니인 셉틸리언이 주인이다.


에이치엘비는 사업 개편 등으로 인해 자금 사용과 M&A 등에 대한 고민이 높던 상황이다. 펀드를 운용하면서도 선박사업을 하던 해덕파워웨이 주인으로 있던 옵티머스가 적격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개편 위해 해덕파워웨이 인수에 뛰어든 에이치엘비


에이치엘비는 지난 9일 펀드 판매사인 하이투자증권에 30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달 29일 유튜브를 통해 회사 자금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된 사실을 밝혔다. 또 판매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며 최종적으로 손실이 날 때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진 회장은 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에이치엘비가 수백억원의 돈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배경에는 선박부품업체 해덕파워웨이가 있었다. 에이치엘비는 과거 바이오 사업으로의 재편을 위해 선박사업을 분리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바이오 사업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는 주력 매출사업을 분할하기 어려워 사업재편이 지연됐다. 신약 허가로 인한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해야만 선박사업을 분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덕파워웨이는 1978년에 설립됐다. 선박의 조타기능을 수행하는 러더 제품을 제조한다. 주요 고객사는 현대중공업 등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창업자가 경영권을 매각하면서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경영권이 수시로 변경되고 이 과정 중 공시지연과 번복이 반복되면서 결국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실질 심사에 이르게 됐다. 거래정지 이후 지난해 10월 해덕파워웨이의 주요주주 중 한 명인 김 모 씨가 에이치엘비의 M&A를 담당하고 있는 김욱 상무를 만나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덕파워웨이가 회생하고 거래가 재개되려면 선박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단순 투자가 아닌 직접 경영을 하는 기업으로의 인수가 필요했다. 에이치엘비는 자체적으로 선박사업을 하고 있고 선박 기자재, 선박 플랜트 회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어 해덕파워웨이 인수에 자신들이 적합하다고 봤다. 해덕파워웨이 고위 관계자인 김 모 씨는 "선박 분야에서의 에이치엘비 업력과 경험이라면 해덕을 충분히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고 그런 차원에서 인수논의가 있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의 M&A는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계기를 맞이한다. 미국의 어드벤첸연구소와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권리 인수를 위한 바인딩텀싯(binding term sheet)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사업재편을 위한 유리한 여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드벤첸연구소와 본 계약이 체결되면 에이치엘비는 항서제약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바이오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직결되면서 선박사업의 물적 분할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치엘비는 지난 2017년 거래정지로 사실상 파산 직전이었던 위드윈네트웍(현 에이치엘비파워)을 인수해 우량회사로 탈바꿈시키는 등 M&A를 통해 회사를 회생시킨 경험들이 있다"며 "이번에도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한 후 기존 선박 관련 자회사들을 합병함으로써 해덕을 선박 및 조선 기자재 부문 우량회사로 키운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 절차 중 등장한 옵티머스


에이치엘비는 해덕파워웨이의 최대주주인 화성산업과 인수절차를 논의하던 중 주요주주 중 한 곳이 옵티머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옵티머스가 M&A 논의에 참여하게 되면서 옵티머스는 국공채 펀드를 에이치엘비에 소개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저금리로 자금이 운용되던 상황에서 국공채펀드를 알게 됐다"며 "에이치엘비생명과학에 해당 상품을 소개하고,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NH투자증권의 상품설명서를 검토한 후 해당 펀드에 100억원을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품을 투자한 에이치엘비는 지난 5월부터 법무법인을 선임한 뒤 계열사인 조선기자재 전문 제조업체인 바다중공업을 인수 주체로 내세워 본격적으로 M&A 협상을 진행했다.


에이치엘비가 추가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게 된 시점은 지난달 초였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5월 말부터 해덕파워웨이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실사 직전에 옵티머스가 에이치엘비에게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 중이며 300억원을 예치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부동산 및 국공채 펀드라 안전할 것이라는 제안에 1차 검토한 후 6월11일 300억원을 해당 펀드의 판매사인 하이투자증권 계좌로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이치엘비는 상품설명서 등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고 같은 날 옵티머스에게, 다음 날에는 하이투자증권에 대해서도 설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이치엘비는 하이투자증권이 자신들의 요청을 무시했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은 에이치엘비로부터 펀드 가입신청서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달 12일 돈을 옵티머스에 보냈다"며 "통상 펀드는 집합투자기구로서 2인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해산해야 하는데 하이투자는 투자자도 갖추지 못하고 당초 예정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유치한 상태에서 옵티머스에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에이치엘비는 하이투자증권을 상대로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옵티머스의 사기행각에도 분노하지만, 펀드가 최종 결성되기도 전에 자금이 인출된 상황은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하이투자증권에 대하여 송금된 돈의 반환을 촉구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만큼 충분한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과 및 합당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어서 지난 24일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소했다"고 강조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사실 관계에서 다른 부분이 있다"며 "법정대리인을 통해 소송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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