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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릭스미스, 증자 성공해 성장동력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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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증자 1년 만에 다시 주주배정 증자 진행
최대주주 증자 참여여력없어…성장 동력 확보 위해 증자 불가피

국내 증시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오 업종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신약으로 개발하려면 막대한 개발 비용과 통상 10~15년 정도의 연구기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신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할 확률은 1% 미만이다. 신약개발은 이처럼 '고위험 고수익' 투자다. 신약 개발업체에 투자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기도 한다. 임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증자를 하거나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매각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투자를 하고 지속해서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오 열풍의 중심에 있는 헬릭스미스, 신풍제약 재무구조와 신약 개발 현황을 짚어봤다.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헬릭스미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지 1년여 만에 다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섰다. 경영진은 세계적인 신약 개발사로 도약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지만 지난해 9월 기대했던 임상 결과를 얻지 못한 여파로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구주 1주당 신주 0.281주를 배정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총 750만주를 발행해 2861억원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일은 오는 7일이고 정정 요구를 받으면 연기될 수 있다. 증자 결의 당시 예상했던 발행가격은 3만8150원이지만 최근 주가 하락에 따라 예정가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1년 만에 대규모 증자= 헬릭스미스는 일반 주주로부터 수혈해 시설자금(1080억원), 운영자금(1038억원), 채무상환 자금(700억원) 등으로 사용한다. 세부 계획을 보면 세포유전자 치료제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GMP) 생산과 분석 시설을 갖추는 데 350억원을 배정했다. 자체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려면 GMP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헬릭스미스는 설명했다. CAR-T 프로그램 첫 번째 후보물질 임상 진입 시기를 2022년 1분기께로 예상했다. 연 4개 이상의 후보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다.


헬릭스미스는 또 350억원을 들여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ㆍAAV) 유전자 GMP 생산 및 분석 시설도 갖추기로 했다. 최근 미국에서 유전병 대상 AAV 치료제가 승인받으면서 가장 각광 받는 유전자치료제 플랫폼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AAV 생산설비 제조 수율이 낮아 전 세계에서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동물실험 시설 관련 자금 130억원도 유상증자로 충당한다.


헬릭스미스는 서울시와 협업해 마곡 사옥 3층에 5~10개의 국내외 바이오 스타트업을 입주시켜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센터를 구축한다. 빈 사무 공간을 공유해 관리비를 보전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과 공생하며 직접투자 등을 통해 향후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50억원을 투자한다.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 품질 향상과 수율 개선을 위한 자금도 충당한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를 근육주사 방식으로 개발했다. 주사 횟수가 많은 편이라 허가를 받은 이후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중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엔젠시스를 일반 주사기로 투여하는 방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제품 허가를 취득하고 난 뒤에는 니들을 쓰지 않는 주사기로 변경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회사 측은 니들 프리 주사기 기술은 최첨단 기술이기에 전문업체와 공동개발해야 한다며 전문 업체에 개발 관련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582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밖에도 시료 및 제품 품질평가 및 특성분석과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등을 위한 운영비로 300억원을 계획했다.


◆최대주주 증자 참여 여력 없다= 미래 성장 동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헬릭스미스가 증자 계획을 밝힌 뒤로 주가는 5만원 선에서 3만3000원 선까지 수직 하락했다. 신주 발행 예정가를 밑돌고 있다.


최대주주인 김선영 대표가 증자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감점 요인으로 꼽혔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진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2만156주를 취득했다. 163억원을 투자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려고 주식담보 대출과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증자 참여 이후 적지 않은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주인수증서는 주관사를 통해 매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 완료 후 최대주주 지분율은 6.05%에서 4.73%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 금액도 다 사용하지 않은 데다 지난해 9월 기대했던 임상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496억원을 조달했다. 조달 자금 가운데 1196억원을 운영자금으로 분류하고 헬릭스미스가 개발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진행을 위한 비용과 신약허가신청(BLA) 비용, 마케팅 비용 등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증자할 당시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사용할 마케팅과 연구개발(R&D) 비용 등까지 고려했던 만큼 지난해 조달한 자금 가운데 700억원 이상 남아 있다.


헬릭스미스는 불과 7개월 전인 지난 2월 전환사채(CB)를 발행해 800억원을 조달했다. 550억원은 이전에 발행했던 전환사채 조기상환 대금으로 사용했고 운영자금 목적으로 빼둔 250억원은 예금상품 등으로 보관하고 있다.


◆임상 차질로 자금 여력도 비상=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49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파생결합증권(DLS)과 사모펀드 등에 1294억원을 넣어뒀다.


적지 않은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헬릭스미스 연구개발 비용 지출 내역을 보면 새로운 투자 여력은 크지 않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연도별 연구개발 비용 전체 금액은 2017년 약 311억원, 2018년 약 300억원, 2019년 약 395억원 규모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약 136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상반기 매출액 대비 595.85%에 달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9월 개발 중이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VM202 DPN)와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PAD)와 관련해 임상 3상에서 유효성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2019년 4분기에 개발비 자산에 대한 손상검사를 하고 일시에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신약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초기에는 정부 승인 등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개발비 자산으로 인식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에서 유효성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계획했던 자금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헬릭스미스는 합리적으로 예상했던 범위 외에서 임상시험 기간이나 표본이 증가해 추가적 자금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3상 진행에 따른 대규모 임상비용 집행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임상승인이 연기되거나 최종 임상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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