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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뚫은 '휴젤'…성장 '고속도로'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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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보톡스로 잘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 1g만으로도 사람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무서운 신경 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안면 경련과 뇌성마비 등 신경계 질환을 위한 치료제로, 주름 개선과 얼굴형 개선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형제로 많이 사용된다. 극소량으로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효과를 활용해, 치명적인 독을 유용한 상품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한국은 보툴리눔 톡신 분야의 선진 강국으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한 5개 국가 중 하나다. 또 국내에서만 무려 10곳 이상의 기업이 시장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보톡스 전쟁'에 뛰어들었다. 생존 게임 과정에서 업체 간 희비도 엇갈린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한 메디톡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거대 중국시장을 공략한 휴젤은 이 분야의 국내 대표 기업이다. 이들 두 기업의 경영 상황을 분석해 향후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 본다.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휴젤이 성장 날개를 달았다. 세계에서는 네 번째,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보툴리눔 톡신시장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었다. 국내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선두주자로서, 중국에서 본격적 매출이 나오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1년 설립된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리프팅 제품 등 치료 또는 미용 목적으로 쓰이는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ㆍ생산한다.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Botulax)'가 주력 제품이다. 이 밖에 히알루론산(HA) 필러 '더 채움', 바이오 코스메틱 '웰라쥬' 등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를 포함해서 일본, 태국, 베트남, 필리핀, 몽골, 대만,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등 24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의 약 40%가 수출에서 발생했다. 제품별로는 보툴리눔 톡신이 전체 매출액의 49.85%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필러(31.16%), 의료기기(10.72%), 화장품(6.78%), 기타(1.49%) 등의 순이다.


휴젤은 기업공개(IPO) 1년 후인 2016년부터 보툴리눔 톡신 부분(매출 기준)에서 국내 1위 업체로 등극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가 보툴렉스 출시 10주년인데 휴젤은 2016년부터 1위를 달리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쌓인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상장 후 실적도 가파른 성장 추세를 보였다. 2016년 연결기준 1242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7년 1821억원, 2018년 1824억원, 지난해 2046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주춤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896억원과 2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93%, 11.59% 감소했다. 해외 매출이 코로나19로 줄었지만, 국내가 상쇄시켜줬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해 실적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휴젤이 올해 3분기에 매출액 538억원, 영업익 1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8%, 4.26% 증가한 수치다. 내수 부문의 매출이 지속되면서 수출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올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9억원과 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3%, 0.1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부채비율 30.9%, 차입금 의존도도 10.8%에 그친다.


중국 수출길이 열리면서 내년 이후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휴젤은 지난달 23일 중국 국가 약품 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수출명 '레티보')의 판매 허가를 승인받았다. 국내 업체 중에는 유일하게, 세계에서는 네 번째로 중국 진출 업체가 된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보툴리눔 톡신시장은 현재 약 5000억~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연평균 약 30%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1조7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와는 달리 국내 톡신시장은 포화 상태로 균주 등록을 마치거나 제품 개발에 나선 곳을 포함하면 국내 업체는 총 17곳"이라며 "이 상황에서 휴젤의 중국시장 진출은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휴젤은 내년 3~4월부터 중국에서 실질적 판매에 나선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중국 보툴리눔 톡신시장에서 점유율 30%를 차지해 1위 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휴젤이 내년에 2402억원의 매출과 8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각각 18.96%, 27.6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에는 매출액과 영업익이 2762억원과 1048억원으로 각각 15.02%, 20.74%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휴젤의 2021년 중국향 매출은 45억원으로 추정하는데 경쟁사의 중국 진출도 늦어지고 있어 당분간 점유율 확대는 무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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