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겹악재 주름 깊은 '메디톡스'

  • 공유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일반인들에게 보톡스로 잘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 1g만으로도 사람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무서운 신경 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안면 경련과 뇌성마비 등 신경계 질환을 위한 치료제로, 주름 개선과 얼굴형 개선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형제로 많이 사용된다. 극소량으로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효과를 활용해, 치명적인 독을 유용한 상품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한국은 보툴리눔 톡신 분야의 선진 강국으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한 5개 국가 중 하나다. 또 국내에서만 무려 10곳 이상의 기업이 시장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보톡스 전쟁'에 뛰어들었다. 생존 게임 과정에서 업체 간 희비도 엇갈린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한 메디톡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거대 중국시장을 공략한 휴젤은 이 분야의 국내 대표 기업이다. 이들 두 기업의 경영 상황을 분석해 향후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 본다.


[아시아경제 장효원 기자] 메디톡스가 유상증자에 실패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웅제약과의 소송 등으로 법무 비용을 과다 지출하면서 실적이 적자를 기록한 터라 외부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제품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판매중지 처분을 받았다. 매출 증가를 예상하고 투자했던 생산설비 증설 역시 완공해도 주요 제품을 제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진퇴양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판매금지에 적자 누적… 유증도 실패


메디톡스는 얼굴 피부의 주름 완화 성분인 보툴리눔 톡신 제재 의약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주력 제품으로는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이 있다. 전체 매출에서 보툴리눔 톡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87.1%다. 나머지는 인젝터 등 의료기기 상품 매출과 기타 매출이 각각 6.7%, 6.2%를 차지한다.


메디톡스는 올 상반기 말 기준 누적 매출액 7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각각 140억원, 122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원인은 매출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소송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보툴리눔 균주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올 상반기 말 기준 메디톡스는 184억원의 지급수수료를 판관비로 지출했다. 지난해 78억원 대비 135.9% 증가한 수준이다. 지급수수료는 법무비용 등이다.


또 메디톡스는 식약처에도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지난달 19일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메디톡스가 국가출하 승인을 받지 않고 메디톡신, 코어톡스 등의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해당 제품의 회수ㆍ폐기를 명령하고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이와 관련, 향후 법률비용도 발생하겠지만 당장 매출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번에 판매 중지 처분을 받은 제품들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048억원 규모로, 전체 매출액의 50.93%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 7월부터 진행했던 유상증자도 철회했다. 메디톡스는 주주배정 공모로 약 1666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구주주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 104.66%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증자가 무난히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납입일을 사흘 앞두고 식약처로부터 영업정지 통보를 받자 주가가 공모가 17만1400원을 밑돌았고, 결국 증자를 취소했다. 유상증자와 함께 진행했던 1주당 0.2주를 배정하기로 한 무상증자도 함께 철회했다.


◆차입금 상환 압박… 설비 증설도 중단


유상증자 철회로 메디톡스는 당장 차입금 상환 자금 마련이 급해졌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메디톡스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1515억원인데, 이 중 1109억원이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이다. 같은 기간 보유 현금성 자산은 497억원이다.


실적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차입금을 상환하려면 차환하거나 6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 메디톡스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670억원을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하려고 했다. 당장 12월21일 225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만기를 시작으로 내년 8월까지 계속 만기가 돌아온다.


공장 증설도 지연됐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해 5월 메디톡신주의 매출액 증가를 염두에 두고 총 476억원을 투자해 오송3공장 생산라인을 건축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210억원도 여기에 투자하려 했다. 하지만 증자에 실패하면서 설비 완공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노톡스 임상 3상 건으로 앨러간에서 2000만달러(약 220억원)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아 3분기 순이익 7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오는 7일 ITC 최종판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앨러간에서 마일스톤이 들어온 것이 있어 유동성은 확보됐다”며 “오송3공장 생산라인은 향후 메디톡신주 판매중지 처분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