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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늦은 온라인 전환 '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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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산업은 2010년대 중반 한류 열풍으로 중국에서 K뷰티가 유행하자 급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중국에 한한령(한류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이 같은 황금기는 빠르게 사라졌다.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화장품 산업은 지난해 말부터 한한령 제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화장품 산업을 또 격동기로 몰아넣고 있다. 기존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주요 매출처인 면세점과 로드숍 비중을 감소시키고 온라인 비중을 높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도 온라인이 주 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화장품 업체 중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의 비대면(언택트) 속 적응 상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아모레퍼시픽은 과거 로드숍과 중국 사업을 바탕으로 고공 성장을 하면서 우리나라 대표 화장품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기존 성장 동력이었던 로드숍 및 면세점이 부진하면서 성장도 멈췄다. 최근 언택트 시대에 맞춰 온라인을 강화하고 있지만 경쟁사들 대비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3분기 그래도 이 정도면= 아모레퍼시픽은 연결기준 3분기 매출액 1조886억원, 영업이익 5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4%, 47.9% 감소했다. 전년 대비로는 부진한 실적이지만 올해 자체로만 따지면 최악은 아니라는 평가다. 전분기 대비로는 각각 3.15%, 59.1% 증가했다. 시장 기대치였던 영업이익 400억원을 웃도는 실적이기도 하다.


매출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내와 해외 매출액이 각각 6727억원과 4232억원이다. 전분기는 6567억원과 4054억원이었다. 양쪽 모두 소폭 증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타격은 여전히 컸다.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7% 감소했는데 외국인 관광객 유입 감소로 면세 채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축소됐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지난 2분기 21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해외 부문의 영업이익은 이번에 19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고마진 제품인 설화수의 판매 증가와 함께 온라인 매출 증가 등이 영향을 끼쳤다. 국내 부문은 전분기 560억원 대비 35.71% 줄어든 360억원에 그쳤다.


매출 회복보다 수익성 개선폭이 큰 것은 비용 절감 덕이다. 지난해 3분기 9176억원이었던 판매관리비는 올해 7193억원으로 감소했다. 중국 내 디지털 마케팅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미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 오프라인 점포 스크랩으로 인건비와 임대료가 감소하면서 해외법인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영향이다.


4분기도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상한 아모레퍼시픽의 연결기준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633억원과 462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77% 감소지만 영업이익은 0.66%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6.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7.5% 감소한 수치다.


추세적인 실적 개선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혜미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향상에도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아모레퍼시픽의 급격한 매출 회복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중국 등 해외에서의 실적이 국내보다 빨리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강화해야 되는데= 3분기 실적이 그나마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이유는 늦은 온라인 전환 때문이다. 2017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에서 디지털(온라인과 홈쇼핑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그쳤다. 이어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7%와 8%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까지 10% 미만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들어 온라인 비중을 늘리고 있다. 상반기 기준 15%를 기록했다. 3분기도 온라인 분야에서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e커머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며 "중국에서 설화수는 20% 이상 성장했으며 특히 럭셔리 브랜드의 온라인 성장률은 80% 이상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라인을 강화하는 도중에 생긴 오프라인 매장과의 갈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해 초 '디지털 전환'을 선언하고 전용 브랜드 및 제품 출시에 나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동일한 제품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가맹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저렴해지는 경우가 발생해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슈에 아모레퍼시픽은 상생안을 들고나왔다. 상생안의 내용은 ▲가맹점에 대한 임대료 특별 지원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재고 특별 환입 ▲폐점 부담 완화 ▲별도 판매 활동 지원금 지급 등이다. 아직 정확하게 어떻게 자금을 활용해 지원할지는 모르지만 비용 발생이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히 늦은 온라인 전환으로 성장이 둔화된 아모레퍼시픽으로서는 가맹점들과의 이슈는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화장품시장은 벤처 기업들이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중저가 신규 브랜드들을 쏟아내고 있는 등 온라인이 활성화된 상태다. 오프라인의 로드숍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아리따움을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와 같은 멀티 브랜드숍으로 바꿨어야 했는데 그 시기를 놓쳤다"며 "온라인도 쿠팡이나 11번가 등에 들어가서 파는 개념으로 했어야 하는데 자사몰을 고집하는 등 채널 변화에 늦게 대처하면서 어렵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인데 가맹점의 실적이 보전되기는 어려운 만큼 결국은 점진적으로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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