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사업부 매출 '상환 재원'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두산그룹 지주사격인 두산 이 미래 매출을 유동화하는 방법으로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2년 가까이 진행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에도 신용도 회복이 크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래 매출을 당겨 쓰는 방법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이날 KB증권 주관으로 전자사업부(전자BG)의 장래매출채권을 유동화해 2000억원의 유동화대출(ABL)을 받았다. 두산이 매출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인 ‘디페이제삼차’에 매각해 디페이제삼차가 이를 기초자산으로 ABL을 받는 방식이다. ABL은 상환 우선순위에 따라 선순위 900억원, 후순위 11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대출 만기는 3년으로 두산이 만기 전에 조기 상환할 수 있다. 하나은행 등이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두산의 전자BG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ABL 상환 재원으로 사용된다. 전자BG 매출은 연간 6000억~7000억원 규모로 대출 상환 재원으로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만약, 매출채권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으면 두산이 채무 상환 책임을 부담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2020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면서 "이번에 대출 금액을 증액해 다시 ABL을 받았다"고 전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기존 ABL 만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지만 기존 대출 금리보다 낮은 조건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미리 앞당겨 만기 자금을 차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2020년 6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을 맺고 긴급자금 3조원을 지원받았다. 비핵심자산 매각 등의 자구 노력으로 3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채무를 3년 내 상환하는 조건이다. 두산그룹은 자구안 이행을 위해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동대문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두산 모트롤사업부(4530억원), 클럽모우CC(185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등 3조원 규모의 보유자산을 매각했다.
두산그룹이 2년 가까이 강도 높은 계열사 매각, 유상 증자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해 왔지만 아직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만큼 신용도가 크게 개선되지는 못한 상태다. 현재 두산의 신용등급은 BBB급에 불과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수월한 자금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신용평가업계는 두산그룹의 향후 신용도 판정 과정에서 자회사들의 추가 지원 여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룹사의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열사들의 추가적인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 지원 부담이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은 "두산중공업 등 관계사에 대한 지원부담이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양호한 사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계열 관련 높은 지원 부담을 감안해 최종 신용등급이 자체 신용도 대비 하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