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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국민연금, 10%의 국민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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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국민연금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주주들을 대표해 우리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논의 때문이다. 기업과 이익단체들은 즉각 ‘기업 벌주기식 주주 활동’, ‘기업 임원 처벌 프로젝트’라고 강력 비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주주대표소송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격인 소위원회도 구성했다. 기업이 살아야 국민에게 돌려줄 연금도 늘어나는데, 국민연금은 왜 자꾸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으려 하는 것일까.


삼성전자 8.53%, 현대차동차 8.1%, SK하이닉스 9.94%, 네이버 8.94%, 이마트 10.86%.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요기업 지분율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 국민은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8~10%가량 보유한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국내 기업의 건강한 성장은 필수다.


언뜻 충돌할 것 같은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주주 대표소송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제도는 국민연금이 새로 만든 것이 아니다. 상법 제403조는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가진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주주들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행법에서 보장하는 제도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한 절차적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장기투자자다. 회사 가치의 내재성을 본다. 국민연금이 어느 기업의 회장이나 사장에게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뜨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순 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의 본질은 국민연금의 활동 즉 소송 때문이 아니다. 본질은 오너리스크다. 즉 대주주와 관련된 사건이나 독단적 경영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다. 회장이 횡령을 하고 사장이 배임을 하는 데도 주요 주주가 아무 문제 제기 없이 조용히 넘어간다고 가정해 보자. 그 회사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소송이 남발되면서 기업 경영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다시 살펴보자. 예컨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멸공’ 발언을 했다고 해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이 횡령을 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이 바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주주대표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려면 일반 직원이 아닌 임원의 불법행위가 있어야 하고, 선행 소송으로 명확한 피해금액이 나와야 한다. 국민 돈으로 진행하는 소송이기에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만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실제로 칼을 뽑아 대기업들을 상대로 휘두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국민연금 자체 조사 결과 주주대표소송 논의가 진행되면서 사장들이 기업의 곳간에서 몰래 빼 간 돈을 다시 복구해 놓은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기업이 긴장하고 자체적인 개선 활동에 나선 것이다. 기업을 투명하게 하고 자본시장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국내외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을 믿고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 그것이 코스피5000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우리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그 이익은 국민연금을 통해 국민에게 돌아온다. 기업과 그 이익단체들이 대주주의 ‘심기경호’를 위해 국민 주주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억압하고 국민의 눈을 가리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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