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시시비비]'수상한 태양광'…사업구조 개선해야

  • 공유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최근 A 기업의 계열사 성과분석회의. 상반기 성과를 발표하고 하반기 전략을 도모하는 이 자리에서 투자액 모두를 날릴 뻔한 아찔한 사건이 화제로 떠올랐다. 태양광 펀드 투자 손실 건이다. 이지스 계열 운용사가 업무집행사원(GP)으로 운용 책임을 진 이 사모펀드에는 NH농협생명, 한화생명, 롯데손보 등이 수백억 원의 대체투자 자금을 집행했다.


해외 대체자산 부실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처리하고 라임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판매로 고역을 치른 바 있는 금융회사들로서는 또다시 부실 투자의 화마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지스 측은 원금 손실이 나지 않도록 최대한 펀드를 정상화하기로 했지만, 부실 투자의 모든 책임을 GP사로 돌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투자가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졌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신재생 에너지 정책 자금을 받으려고 우후죽순 생겨난 영세 사업자들은 사업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고작해야 자본금 몇억 원 정도를 태운 사업자들이 고금리 대출을 일으켜 토지를 확보하고 기관들의 투자 자금 또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 수백억 원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결정적으로 건설·토목 공사 때 의무화되는 감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사업자도 부실한데 태양광 사업의 경우 감리 의무가 없어 사업자, GP, 투자자(LP) 누구도 비용을 들여 감리를 할 이유가 없었다. 부실 투자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와 감독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무분별한 태양광 지원과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부실 투자 확산의 환경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번 펀드 투자 건은 감리라고도 할 것 없이 공사 진행 여부만 정기적으로 점검해도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에게 공사 대금을 지불하고 방치하다가 완공일 직전에 현장에 가 보니 공사 진척이 없었다는 황당한 사건이다. 정부와 투자사의 관리 감독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음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례다. 공사비를 줬는데 공사는 진행되지 않아 투자금이 어디로 샜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각에서는 태양광 붐을 활용한 공무원과 지역 사업자 간 토착 비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태양광 사업들이 대부분 이런 구조로 이뤄졌다면 사업 부실이 이번 태양광 사업에만 국한돼 있을 리 만무하다. 감독 당국은 뒤늦게나마 태양광 사업에 참여하는 LP에도 감리 의무를 부여해 같은 사건이 재발할 위험을 막았다고 한다. 하지만 문 정부 5년 동안 정부와 국책은행, 민간 금융회사를 통해 지원 또는 투자된 태양광 투자가 수십조 원에 이른다. 지금이라도 신재생 사업과 투자 현황을 전수 조사해 부실 가능성을 관리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석탄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과정에는 해당 사업과 투자 프로세스를 건전하게 만드는 일이 전제돼야 한다.


임정수 자본시장부장



agreme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