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비율 20%, LOC 필수 영향
4000억 민간자금 어디서 확보하나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한국벤처투자가 모태펀드 ‘보건계정’ 출자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5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를 결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출자제안서 접수를 받고 있지만,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5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 출자 사업 지원률은 저조하다. 현재 VC·PE 2~3곳만이 제안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접수 마감 시한은 오는 26일까지지만 이들 외 추가로 제안서를 준비 중인 곳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이번 K-바이오백신 펀드는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백신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등 후기 임상에 돌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진출 지원도 꽤한다.
주목적 투자 대상은 △백신·신약 개발 등을 위해 임상 시험 계획 승인을 받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전체 투자액의 60% 이상) △국내 백신 분야 기업(백신 및 백신 원부자재·장비 관련 기업, 15%)이다.
정부가 목표하는 결성 총액은 5000억원이다. 2500억원 규모의 펀드 2개를 선정할 계획이다. 앵커 유한책임출자자(LP)는 국책은행이다. 한국산업은행 450억원, 한국수출입은행 300억원, 중소기업은행 250억원 등 총 1000억원이다. 한 펀드당 5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출자비율은 20%에 불과하다. GP로 선정되면 정부로부터 500억원을 받고 나머지 2000억원을 민간에서 확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모태펀드가 펀드 총액의 50% 이상을 출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력도가 다소 떨어지는 출자 사업인 셈이다. 소위 ‘메가펀드’ 출자 사업이어서 투자 업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출자 사업 공고에 따르면 일정 기준 이상 민간 출자자 참여가 확정된 경우 출자확약서(LOC)를 제출하면 가점을 받는다. 하지만 사실상 LOC가 필수 조건이다. 이 때문에 수천억원 규모의 민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일부 운용사가 제안서 작업에 나섰다.
흥행 부진에 정부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이 주도한 만큼 출자 사업이 흥행해 펀드 결성이 순항해야만 지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간에서 출자를 꺼리는 탓에 예상보다 적은 제안서가 들어온 상태다.
복지부는 펀드의 신속한 결성과 투자 집행을 촉진하기 위해 ‘패스트클로징(Fast-closing)’ 제도를 도입했다. 75% 이상의 자금이 모이면 바로 펀드를 등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출자 비율이 매우 낮아 GP를 선정한다고 해도 패스트클로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서 바이오 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이 만나 바이오 시장 활성화에 대해 논의한 결과로 이번 출자 사업이 등장했다”며 “결성총액 대비 출자 비율이 너무 낮아서 정작 바이오 전문성을 보유한 운용사들은 제안서를 제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위탁운용사(GP)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사실상 민간 자금도 한정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일각에선 외국계 자본이 들어올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