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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금융·한투파도 베팅한 '오늘식탁', FI 투자금 증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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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회’ 운영사 사실상 디폴트
VC 등 엑시트 전략 차질
투자 펀드 감액처리 확실시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를 하는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오늘회’ 운영사 오늘식탁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한 데 이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오늘회 성장 마중물 역할을 한 벤처캐피탈(VC)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에 관심이 쏠린다.


오늘식탁은 2017년 출범한 제철 수산물 스타트업이다. 국내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해 온 김재현 대표가 미국의 유명 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인스타카트’를 롤모델로 삼고 만든 회사다. 제철 수산물 상품을 기획하고, 매입 후 판매하는 오늘회를 선보이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투파·KTB·대성창투 등 주요 VC 포트폴리오…누적 투자금 220억 규모

오늘식탁은 2018년 말 8억원 규모 프리(Pre) 시리즈A 투자를 받으면서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 2019년 8월 40억원 규모 시리즈A 라운드를 성사시켰다. 당시 한국투자파트너스, KTB네트워크(현 다올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 등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들을 FI로 맞이하면서 유망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이후 2021년 초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를 마쳤다. 이때 기존 투자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 다올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가 후속 투자를 진행했고, 신규 투자사로 하나벤처스, KT인베스트먼트, 가이아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이 참여했다.


특히 시리즈B 라운드가 주목을 받았다. 주요 벤처캐피탈 뿐만 아니라 정책기관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까지 베팅했다. 출자기관이 직접 투자에 나섰다는 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었다. 해당 딜에 참여하고자 하는 투자사들이 상당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시 오늘식탁 투자를 검토했던 한 투자심사역은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의 새벽배송보다 시간을 더 앞당긴 ‘당일배송’을 내세우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다만 클럽딜에 참여하고 싶어도 경쟁이 치열해 함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늘식탁은 지난해 시리즈B에 이어 최근에도 투자를 받았다. 지난 7월 기존 주주인 하나벤처스가 50억원을 추가로 납입하면서 든든한 우군을 자처했다. 시리즈B 라운드 밸류에이션 대비 기업가치가 2배 이상 뛰었음에도 과감하게 베팅했다. 누적 투자금 220억원을 넘어서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까지 투자한 하나벤처스를 비롯해 그동안 후속투자를 단행한 FI는 한국투자파트너스, 다올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다. 김재현 대표와 함께 이들이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오늘식탁이 갑작스레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 길이 막혔다는 점이다.


청산 시 FI 투자금 감액 처리 불가피, 이익잉여금 없어 상환권 청구도 어려워

오늘식탁이 폐업하고 청산한다면 FI들의 투자금 감액처리가 불가피해진다. FI 대부분 여러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오늘식탁에 투자했다. 현재로선 펀드 총액에서 오늘식탁 투자금을 날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펀드 운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관리보수 및 성과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오늘식탁이 갖고 있는 자산이 있다면, 자산을 나누는 방식으로 정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 특성 상 자산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더군다나 횟집 등 협력업체 대금 미지급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어서 채권자들이 우선인 상황이다. 이들이 돈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주들이 몫을 챙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FI들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상환권과 전환권이 부여된 우선주인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매입하는 형태로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상환권이 있다고 해도 투자기업의 이익잉여금이 없는 상태에선 상환 자체를 청구할 수 없다. 사실상 출구가 없는 셈이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자산이 있다고 해도 FI들은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며 “사태가 심각해 손실을 피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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