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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국민연금 기금위, 전문가 중심 재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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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우리 국민 모두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올 상반기에만 76조원이라는 손실을 봤다. 기금이 보유하는 주식이 최근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익률은 -8%다. 주식 하락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다른 나라 연기금 운용수익률도 대부분 마이너스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의 수익률은 -14.4%,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11.9%,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11.3%, 캐나다연기금(CPPIP) -7%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해외 기관들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 환경을 예측하고 대응하기가 만만치 않았다는 방증이다. 다행히도 8월 말 기준으로는 주식시장 변동 폭이 축소되고, 채권 시장은 금리 상승이 둔화하며 2분기 대비 안정화된 모습을 보인다. 국민연금 수익률도 약 -4%(잠정)로 다소 회복한 상태다.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연기금 역시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을 수도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연기금 운용기관으로 하여금 투자 환경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고 적기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해 그동안 말로만 외쳐온 방안들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키워드는 독립성과 전문성이다.


국민으로부터 받은 연금보험료를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대통령이 임명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다. 여기에 주요 정부 부처 차관 4명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참석한다. 이외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위원, 지역 가입자 대표 등도 참여한다. 사회적 합의구조로 이뤄졌지만 정권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운용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이 침해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주식 비중 축소에 대한 논란을 꼽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장기적으로 줄일 계획이지만 국내 증시를 부양해야 한다는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노사정이 모두 반발하는 사안이라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도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올 상반기 국민연금 기금 포트폴리오 중 국내 주식이 -19.58%로 가장 많은 손실을 냈다. 단순히 국내 주식 비중 뿐 아니라 전체적인 기금운용에서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적시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 상태에선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고 각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뱃사공만 많다. 이해관계를 떠난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기금운용본부를 공사 또는 공기업 형태로 독립시키자는 제안이 나온다. 기금운용의 효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려면 지배구조를 민간전문가 집단으로 재편하는 것이 최선이고 그런 만큼 하부 집행 조직도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4년 당시 정부가 기금운용공사 설립안을 처음 제시했고 2007년에도 보건복지부가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두 방안 모두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독립상설기관으로 만드는 한편 기금운용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닌 민간위원장으로 바꾸는 지배구조 개편이 골자다.


금융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기금 수익률 악화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런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전주 이전 등 여러 이슈에 밀려있었지만, 전방위 연금 개혁을 구상하는 지금이야말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를 바꿀 기회라는 목소리다. 국민들의 노후를 지킬 기금의 안녕을 바란다면, 바꿀 수 없는 시장과 그 결과만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기금운용의 정치적 독립과 운용역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 전문성 확보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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