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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모태펀드 재정 축소' 속도 조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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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골프존카운티와 마켓컬리 등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기업가치 4조원으로 평가받았던 마켓컬리에 대해 '2조원도 비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프존카운티 에 대한 기대감도 소멸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부진한 탓에 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하반기 IPO 시장으로 시중 자금을 끌고 올 기대주 쏘카는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공모가 희망범위 하단보다 30% 낮은 가격으로 증시에 입성했지만, 현재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이전 상장했던 대어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


국내 IPO 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식시장이 반등하면 IPO 시장에 다시 광풍이 불 수도 있다. 공모주 청약을 통해 투자수익을 올리던 개인들은 기다렸다 시장이 좋아지면 투자를 재개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IPO 시장이 움츠러든 사이 국내 비상장 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가 멈췄다는 점이다. IPO 시장은 스타트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주요 창구다. IPO에서 정해지는 공모가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 수익률을 결정짓는 바로미터다. 마켓컬리 프리IPO에 투자한 투자자는 상장을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현재 분위기라면 공모가를 결정하면 평가 손실이 40~50%에 달할 수 있다. 상장을 반대한다고 해도 엑싯(투자금 회수)할 방법이 없다. 자칫 자금 조달 시기를 놓쳤다가 투자금 회수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


장외 시장에서 투자 유치가 막히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늘고 있다. 빠른 속도로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수년간 자금이 묶일 수 있는 벤처기업 투자가 감소한 탓이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으로 잘 알려진 메쉬코리아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외연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는 방식에 제동이 걸렸다. 플랫폼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투자가 줄고 일자리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민간 자본이 등 돌린 벤처기업 투자 시장에 대해 정부마저 지원 규모를 줄이고 있다. 정부가 '건전 재정' 기조를 강조하면서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관련 예산을 줄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에 벤처·스타트업 육성 관련 예산을 1조9450억원으로 배정했다. 올해 관련 예산보다 2조원 가까이 축소했다. 민간투자자가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데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하는 모태펀드에는 3135억원이 돌아간다. 올해 5200억원 대비 40%가량 감소한 규모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 재정 적자 규모가 커진 가운데 건전 재정 기조를 강조하는 정부를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스타트업 투자는 앞으로 10년 20년 후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기업을 육성한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 농부는 보릿고개에도 내년에 쓸 종자는 베고 잔다는 말이 있다. 민간 투자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도 줄어든다면 창업 환경은 극도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 민간 중심 전환을 추구하더라도 정부 재정 지원 축소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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