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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양극화' 기관들 '쇼핑리스트'에 MBS만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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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자금 고금리·제로(0)리스크 채권 집중
지방 금융지주 발행 채권도 미매각
AA급 이하 미매각률 높아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가파른 금리 인상과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리면서 기관들의 ‘쇼핑리스트’에는 MBS(주택저당증권), 주요 금융지주 채권 등 리스크 제로(0) 채권만이 담기고 있다. 초우량 채권들이 그나마 남은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는 것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A 연기금은 약 2000억 규모의 자금을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MBS에 투자했다. MBS 금리가 5%대 후반까지 올라가면서 수익성은 높고 리스크는 낮은 투자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MBS는 금융기관이 주택을 담보로 장기대출을 해준 주택 저당채권을 대상 자산으로 해 발행한 증권으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일종이다.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이라고도 한다.


B 공제회 역시 주금공 발행 MBS 투자를 검토 중이다. B 공제회 고위관계자는 "현재 금리 수준으로 보면 이만큼 안전한 투자가 없다"며 "고금리의 AAA 채권이 있는데 다른 쪽으로 눈 돌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MBS, 그리고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발행하는 채권들만 담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 전반이 얼어붙으며 AAA급 채권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 채권도 지방 금융지주가 발행하는 채권은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채권시장 대혼란은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촉발했지만, 금리가 갑작스럽게 오른 게 주된 원인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금리가 폭등(채권 가격 하락)하면서 위험 자산인 신용물에는 매수세가 뚝 끊겼고, 우량채와 비우량채 간 양극화도 극심해졌다.


금융투자협회의 올해 3분기 공모 회사채 수요 예측 실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용등급별 수요예측 비중이 AA등급이 73%, A등급이 19%로 극단적 양극화를 보인다. 지난해에는 AA등급이 61%, A등급이 33% 수준이었다. 올 3분기에는 16건의 미매각이 발생해 미매각률 1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대비 1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업권별 참여 현황을 보면 3분기 전체 물량의 42%를 증권사가, 22%를 자산운용사가 가져갔다. 이외에 연기금 등이 22%, 은행과 보험사가 각각 7% 수준으로 집계됐다. 연기금 등 기관은 AA등급 이상에서 24%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A등급 참여 비중은 2%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14%에 달했던 점과 비교하면 비우량채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금 수요가 몰리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채권시장의 ‘돈맥경화’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에서 ‘50조원+알파’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했고, 24일부터는 채안펀드 1조6000억원을 통해 채권 매입에 착수하는 식으로 채안펀드를 가동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이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단기 대안은 될 수 있지만, 지속적인 글로벌 긴축 기조에 대한 불안감을 완벽하게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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