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초동시각]'위기의 초입'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라

  • 공유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금리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 우리 금융시장에 심각한 위기가 올지는 이때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그 근거로 제시되는 게 '금융위기 4단계' 이론이다. 금융위기는 시장 충격에서 시작해 기계적 반등을 거쳐 자금경색 단계에 이른다. 이후 구조조정이라는 결과로 귀결된다. 현재 우리는 이미 3단계인 자금경색 상황에 와 있다는 것이다.


3단계의 서막은 잘 알려진 대로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이다. 정부는 50조원 이상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정부와 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예전 같지 않다. 결국 정부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이 4단계 구조조정 단계로 갈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말처럼 누구도 경기 침체가 올지 안 올지 예측할 수 없다. 경기침체가 온다면 얼마나 심할지도 알 수 없다. 누구도 예언할 수 없지만, 위기의 전조가 보인다면 사전에 모든 시나리오를 구상해 확실한 대비책을 구사해야 한다.


현재의 채권시장 발작은 정부의 늑장 대응이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 재정경제부 출신의 한 금융권 인사는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체득한 진리가 있다"며 "정책은 ‘선제적으로, 그리고 충분히’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여가 필요한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늦거나, 충분하지 못한 정책은 써봐야 소용이 없거나 비용만 상승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의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시장에 공포가 번졌다. 결국 ‘50조원+α’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기로 하고도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좀 더 일찍 레고랜드 관련 차입금을 중앙 정부가 지원해서라도 상환하겠다는 말만 했어도 이처럼 빠르게 시장 상황이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초기에 이번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했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책 카드는 다양하다. 자본 이탈로 인한 환율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미 통화스와프를 조속히 체결할 필요가 있다. 외인의 공매도 공격으로부터 주식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공매도 전격 금지 카드도 언급된다. 부동산 시장 패닉을 막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정부가 선제적으로 부실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전환하는 정책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받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대한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미분양 사태가 현실화하면 캐피탈, 여신전문회사,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부실이 연쇄적으로 터질 수 있다. 부동산 전문 배드뱅크를 선제적으로 설립해 PF 사업장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발생한 300조원의 자영업자 부채에 대한 이자감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물론 이런 다양한 해법들은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이어진다. 부작용도 만만찮은 정책들이다. 하지만 전체 금융 시장의 건전성을 위한 조치로써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죽은 채권을 구제하는 것보다 정상 채권의 부실화를 차단하기가 더 쉽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당국이 부작용과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책임 있게 나서야 하는 이유다. 시장이 민감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또 다시 실기하면 사태 진화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