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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갇힌PE]②'양날의 검' 사모대출‥사각지대서 '쉐도우뱅킹'化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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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자본시장 침체기 사모펀드(PEF) 운용사도 예외 없이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합병(M&A)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산다는 사람은 없다. 주요 PEF들은 올 연말까지 '빅 딜' 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시장 위기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사모펀드 대출은 집계에 잡히지 않는 '쉐도우뱅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토종 PEF들이 움츠러든 사이 글로벌 4대 PEF가 침투했다. 강 달러 기조 속에서 외국계 펀드는 국내 기업사냥에 대한 야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자본시장 주요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통해 다가올 변화를 관측해 본다.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금융사들이 대출문을 걸어 잠그면서 사모대출펀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 PEF '빅 플레이어'들은 침체된 시장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M&A나 에쿼티(지분) 투자 보다는 메자닌이나 대출을 통한 수익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모대출펀드를 통해 자금이 풀리면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사모대출은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일찌감치 활용해 온 영업방식이다.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만들어진 초기 시장이라 금융당국의 적절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금에 목마른 중견·중소기업의 생명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대출 조이기의 풍선효과로 사모대출이 당국의 감시 사각지대에서 급격하게 늘어나면 향후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 태동 2년차‥조단위 투자 이어져=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PEF 운용사의 대출형 펀드 조성 및 운용이 가능해지면서 국내서도 사모대출펀드(PDF) 및 사모신용펀드(PCF) 조성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사들이 유동성 및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대출 수요가 사모대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은 지난해부터 크레딧 펀드 부문을 신설했다. 크레딧 펀드란 회사 지분이 아니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중위험 중수익의 메자닌 투자나 기업에 직접 대출을 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다. 투자 자금을 모아 기업 회사채나 대출에 투자하는 사모대출펀드(PDF)와 이에 더해 구조화된 채권이나 기업의 부실 자산까지 보다 넓은 투자 범위를 갖는 사모신용펀드(PCF) 등이 크레딧 펀드의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일찌감치 활용해왔지만, 국내에선 법 개정을 통해 최근에서야 사모대출이 가능해졌다. 국내 PEF 업계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자회사인 IMM 크레딧솔루션(ICS)을 출범시켰다. ICS는 윤활유 업체 SK루브리컨츠, 양극재 제조기업 엘엔에프 등에 총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며 광폭 행보를 보인다.


이어 MBK파트너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국내에서 각각 1조원, 6000억원 규모의 사모대출투자 시장을 열었고, 이후 크레딧 전담 조직을 꾸리는 곳들이 생겨났다. VIG파트너스와 글랜우드PE도 크레딧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이 투자한 자금만 각각 수천억 원에 이른다. VIG얼터너티브크레딧은 이천 물류센터와 마이리얼트립, 글랜우드크레딧은 LG S&I건설과 SK에코플랜트 등에 투자했다. 올해 부서를 신설한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어펄마캐피탈도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


◇글로벌 연평균 9.2%씩 고성장= 글로벌 사모대출펀드 운용자산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은행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자본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소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대출형 사모펀드가 은행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급격히 성장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은행권 대출이 막히고 사모대출 시장이 열리는 상황과도 유사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201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 9.2%를 기록했다. 2010년 4291억 달러에서 2020년 1조391억 달러로 증가했다. 2021년 상반기에는 전년동기대비 64.6% 증가했다. 미국은 2020년 기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직접대출 중 약 80% 이상이 사모대출 펀드를 통해 이뤄진다. 유럽의 경우 사모대출투자 규모가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20% 이상 증가했다.


반면 아시아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모대출 시장의 발달 정도가 낮아, 아직 은행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약 75%로 높게 나타난다. 최근 글로벌 주요 운용사들은 이를 기회로 보고 있다. 아시아 지역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투자 기회를 적극 모색 중이다.


KKR, 아폴로, 칼라일 등 글로벌 주요 운용사들은 지난해 증가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사모대출 투자를 확대했다. KKR은 지난해 사모대출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해 담보대출 및 재고금융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칼라일은 2024년까지 최고 1300억 달러 이상의 사모대출 펀드 자금모집을 통해 사모대출 포트폴리오 운용자산을 40% 이상 확대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아폴로는 지난해 4월 신용 사업부에 사모대출 세컨더리 플랫폼을 10억 달러 규모로 신규 설립했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는 지난해 9월 사모대출 사업 부문을 확장하고 직접 대출에 주력하기 위해 자금조달, 투자실행 전문 플랫폼인 글로벌 퍼포밍 크레딧 플랫폼을 설립했다.


◇가뭄에 단비‥금융위기 상황선 기업 경영권 위협 '양날의 검'=사모대출펀드가 국내 신성장 분야이면서 자본시장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은 위험 요소로 지적받는다. 사모대출 제도가 운영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당국은 국내 사모대출펀드의 대략적인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사 등 일반 금융권 대출이 엄격하고 촘촘하게 관리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에서 '쉐도우뱅킹'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국내서도 사모대출이 그런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면서 "특히 지금처럼 1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하다시피 한 상황에서는 급격하게 커질 수 있는데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는 점에서 우리 시장의 숨은 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쉐도우뱅킹이란 중앙은행 규제를 덜 받으면서 은행과 유사하게 자금 대출 기능을 가진 금융사를 말한다.


한 공제회 CIO는 "미국·유럽과 달리 우리는 아직 너무 초기이고 전체 금액도 그리 크지 않아 아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미국·유럽 쪽의 사모대출은 금융위기(GFC)이후 급팽창했으니 위기 시에 상당히 부담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사모대출의 경우 일반적으로 지분을 담보로 설정하는 등 은행권 대출보다 더욱 보수적으로 구조화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식의 계약 내용이 금융 충격 발생 시 다수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사모펀드가 구조조정이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큰 충격이 발생했을 때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이 무차별적으로 위협받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국에서 1금융권 대출 못잖게 주요 항목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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