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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G유플러스, 토종 OTT ‘왓챠’ 인수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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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위해 400억대 투자 검토하다 중단
재무적 투자자 반대, 왓챠 발행 490억 CB 등 걸림돌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LG유플러스가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왓챠’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자본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왓챠를 인수해 미디어 등 플랫폼 신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일단 계획을 접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왓챠 인수를 검토하다 중단했다. 400억원 규모의 왓챠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벤처캐피탈(VC) 등 기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IB 업계 관계자는 “박태훈 왓챠 대표가 12월 안에 주주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며 “LG유플러스가 기존 밸류에이션(기업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경영권을 가져간다는 내용에 동의한 주주는 없었다”고 말했다.


왓챠가 발행한 전환사채(CB)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왓챠는 지난해 말 CB를 발행해 490억원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몸값 3380억원을 인정받았다. 당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VC 인라이트벤처스 등이 자금을 댄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CB 보유사들은 대주주가 바뀌면 상환 요청에 나서게 마련이다. 왓챠가 LG유플러스의 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CB 상환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만 왓챠 인수를 진행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LG유플러스에 앞서 모 코스닥 업체 등도 왓챠 인수를 검토했다. 이들은 LG유플러스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고민을 거듭하다 제시 금액이 다소 낮아도 LG유플러스의 자회사로 편입되길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왓챠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FI들의 반대와 CB 상환 압박이 겹치면서 딜 검토가 무산됐다”며 “투자금을 넣자마자 상환자금으로 쓰이길 바라는 원매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FI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LG유플러스가 제시한 기업가치가 그리 낮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며 “왓챠의 기업가치가 더 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1년 기준 왓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다. 영업적자도 계속 늘어나며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적자 늪에 빠지며 누적 결손금은 이미 2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왓챠의 결손금은 2017억원에 이른다. 자본총계도 마이너스(-) 325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왓챠는 2011년 영화 리뷰 및 추천 서비스로 이름을 알렸다. 서울과학고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출신 박태훈 대표가 원지현 최고운영책임자(COO), 이태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다. 이듬해 2012년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VC 등 FI들로부터 받은 누적 투자금은 1072억원이다.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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