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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빼면…상장사 혹한기 속 '실적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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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4분기 분석
매출액 추정치 554.8조 전년比 17%↑…영업익 27%↓
삼성전자·하이닉스 빼면 매출 22%↑ 영업익 7%↑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삼각파도가 거세게 밀려왔지만 국내 100대 상장사(12월20일 종가 시가총액 기준)는 올해 4분기에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올 4분기 매출액 추정치는 554조77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 추정치는 25조8323억원으로 지난해(35조3383억원)보다 27%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얘기가 달라진다. 98개 상장사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7%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2차전지와 조선·자동차 등의 업종은 온갖 악재에도 비교적 선방했다. 매출액 추정치가 지난해 4분기보다 증가한 곳은 75개사다.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상장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포함 31개사다.


2차전지 업체와 소재 업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엘앤에프(267%)·에코프로비엠(261%)· 포스코케미칼(92%)·LG에너지솔루션(86%)·삼성SDI(57%)·SK이노베이션(49%)·LG화학(37%) 등의 매출액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매출도 늘었다. 올 들어 11월까지 세계 신조선 발주는 지난해보다 40%가량 줄었지만, 국내 조선사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 33.8%에서 올해 40.3%로 증가했다. 국내 조선사는 올해 11월까지 발주된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55척 중 118척을 수주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주요 조선소의 선박 인도 스케줄은 이미 2026년까지 잡혀 있다"라며 "충분한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선별 수주로 수익성 개선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올 하반기 들어 다소 나아지면서 현대차그룹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현대차의 4분기 추정 매출은 38조15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9%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2조8844억원으로 88.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매출은 23조8799억원으로 38.9%, 영업이익은 2조2839억원으로 94.3%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제품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면서 브랜드 인지도 역시 높였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경쟁사 대비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한 게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고금리·고물가 파고 거셌다

지난해 4분기 13조9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평균 추정치는 8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9일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5조8000억원으로 기존(7조8000억원) 대비 25.6% 낮춰 잡았다. 특히 반도체 부문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 2조6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낮췄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삼성증권·DB금융투자·유진투자증권 등도 올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7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4분기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4분기는 6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계 주요 국가 대비 한국 기업의 실적 추정치 하향폭이 크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와 반도체 비중이 큰 산업 구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대표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건 세계적인 고금리·고물가 악영향을 피해가진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1400원선까지 기록한 고환율 덕은 좀 봤지만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 지갑을 닫는 고객이 늘었다.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판매가 줄면서 반도체 수요도 감소했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업체 부진은 물량보다 가격 하락 탓이 컸다"며 "반도체 업황 바닥을 내년 1분기 말에서 2분기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면 두 회사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따지면 두 회사만 부진한 건 아니다. 100대 상장사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상장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포함 31개사다. 25개사는 흑자 상태는 유지한 가운데 흑자 규모가 줄었다. 5개사는 적자로 전환했다. 나머지 1개사인 한국전력은 영업손실 규모가 지난해 4분기 4조7000억원에서 올해 4분기 9조3000억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증권가는 전망했다.


내년 주요 상장사 실적은 어떻게 될까. 내년 초에 나올 실적이 추정치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업이 느끼는 위기는 더욱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 이익 추정치에 대한 하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3분기 실적을 모두 공개한 지난달 중순 이후 추정치 변동성은 둔화했지만 추정치의 방향성은 여전히 아래를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상장사 가운데 98%가 12월 결산 법인"이라며 "회계연도 마지막 분기인 4분기에는 자산상각이나 연간 사용한 비용 반영 등 이슈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경기 침체가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정부가 키울 방침인 원자력과 신재생 업종 등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원자력·신재생 업종은 정부가 정책 지원에 나서면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도체 업황도 재고 조정이 끝나고 바닥을 찍고 올라올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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