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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브리지론 부실 해결에 ‘넛지’식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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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체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유리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게 당연하다.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행동을 강요할 수는 없다. 대우건설이 울산 주상복합 사업장을 부도 처리하고 손절매한 것도 마찬가지다. 대우건설이 브리지론(토지확보 등 초기 사업자금 대출)에 연대보증까지 제공한 사업장에서 수백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공사 시작 전에 접기로 한 것은 더 큰 손실을 막겠다는 계산에 따른 판단의 결과다.


다만 금융 당국은 이번 사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지를 확보하고 본 PF를 조달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건설 사업장들의 공통 이슈라서다. 미분양 가구가 10만호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도 선뜻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울산동구일산동푸르지오’ 사업 본 PF를 조달하면서 금융회사들과 상당 기간 대출 조건 등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대출을 해주려는 금융회사들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건설사에 높은 금리와 수수료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는 반대 입장이다. 원자잿값 상승에 투입해야 할 공사비는 늘고 분양 성과 저조로 사업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이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사를 덜컥 맡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우건설뿐만 아니라 도급순위 상위 건설사들도 자체 사업이나 연대보증을 선 사업장에 책임준공을 하지 않거나 다른 방법으로 발을 빼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들이 위축돼 본 PF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 수십조원에 이르는 브리지론 부실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부실 또는 부실이 날 가능성이 큰 사업장의 브리지론을 인수한 후 다시 살려 수익성을 높이려는 민간 금융회사 차원의 노력이 있다. 금융 당국도 1조원 규모의 브리지론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방법으로 일부 시장 안정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업까지 당국이 일일이 자금을 지원할 필요는 없다. 모럴해저드만 부추길 뿐이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금융회사의 부실이 늘어 금융 안정성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해관계자의 이기심을 조정해 나쁜 상황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슬쩍 옆구리 쿡 찌르는 ‘넛지(Nudge)’식 지혜가 필요하다.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기자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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