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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단기금융상품 환매 혼란 재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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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단기 금융상품 팔아 장기로 운용
장·단기 미스매칭 자금 운용 관행 지속
위기시 유동성 경색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어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수시입출식 특정금전신탁(MMT), 머니마켓랩(MMW)은 기업들이 투자하는 증권사 상품 중 가장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꼽힌다. 증권사는 이 상품을 기업에 팔아 자금이 들어오면 만기가 짧은 초단기 콜론(call loan),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한다. ‘수시입출식’이란 이름 그대로 언제든 환매가 가능해 기업들은 이 상품을 현금과 거의 같은 것으로 친다. 유동성 순서로 항목을 나열하는 재무제표에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행 당좌자산, 수시입출식예금) 바로 아래에 있는 ‘단기금융상품’으로 기재한다. 초단기물에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률(0.5% 내외)이 극도로 낮지만, 원금 손실이나 환매 불발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깝다. 주식형펀드처럼 실적 배당형 상품이지만, 파는 증권사나 사는 기업이나 원금 보장형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해 연말 채권시장 금리가 폭등하던 시기에 한 기업이 단기금융상품 환매를 요청했는데, 증권사로부터 환매 불가 통지를 받았다. 항의했더니 환매할 수는 있으나 환매 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보유 자산을 상환받거나 시장에 내다 팔아서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금리 폭등에다 유동성 경색까지 발생하면서 원금보다 낮은 가격에 투자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때 소송 얘기까지 나왔지만, A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만기를 연장해야 했다. 다행히 이 기업은 현금유동성 상황이 나쁘지 않아 경영상 문제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급전이 필요한 기업들은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상당수 기업이 같거나 유사한 상황에 부닥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태의 원인은 증권사들의 단기금융상품 운용 방식에서 발생한다. 단기금융상품은 대부분 만기가 1~2일 정도로 짧다. 오늘 환매를 요청하면 내일이나 이틀 후에 원리금을 내주기로 한 상품이다. 증권사도 환매 요청을 받으면 하루 이틀 만에 신탁이나 랩에 들어 있는 단기 자산을 상환받거나 처분해 원리금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편입 자산의 평균 만기가 1~2일이 아니라 이보다 긴 1~3개월 또는 그 이상으로 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품에 편입한 유가증권을 상환받지 못한 채로 만기 전에 보유 자산을 유통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이때 금리나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증권사들이 만기를 미스매칭해 자금을 운용하는 이유는 수익률 경쟁 때문이다. 아무리 단기상품이지만 기업에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만 경쟁력이 생기고 많이 팔 수 있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 상품을 팔았으니,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만기가 짧으면서 안전한데 수익률까지 높은 자산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상품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3개월~1년 만기의 CP에 투자했다. 또 일부 상품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ABCP)도 편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폭등과 유동성 경색 상황에서 곧바로 환매가 어려워진 이유다.


단기금융상품의 만기 미스매칭 운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위기 때마다 같은 일이 발생해 연관된 경제 주체들의 유동성 상황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적 배당형 상품인데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단기금융상품의 시장 규모가 워낙 커 자칫 유동성 경색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스매칭 운용을 줄이거나 완화할 방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시 위기가 왔을 때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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