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더네이쳐홀딩스, VC 설립
무신사·F&F·LF·영원무역 등 투자활동 활발
국내 패션기업들이 벤처투자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벤처캐피탈(VC)을 자회사로 두고 콘텐츠·플랫폼·브랜드 등에서 모회사와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내셔널지오그래픽·엔에프엘(NFL) 등 라이선스 의류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사 더네이쳐홀딩스는 최근 100% 자회사로 더네이쳐홀딩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설립 자본금은 5억원 규모지만, 앞으로 100억원 이상 증자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에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인가를 신청한 후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더네이쳐홀딩스에 앞서 여러 패션기업이 벤처캐피탈을 설립했다. 무신사의 무신사파트너스, F&F홀딩스의 F&F파트너스, LF그룹의 LF인베스트먼트, 영원무역의 영원무역홀딩스 벤처캐피탈(YOH CVC) 등이 대표적이다.
F&F는 F&F파트너스 설립 전부터 벤처투자에 적극적이었다. 무신사파트너스·IMM인베스트먼트와 손을 잡고 펀드에 출자했다. 무신사(10억원)·컬리(35억원)·스타일쉐어(18억원)·패브릭타임(13억원) 등에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
2020년 F&F파트너스 설립 이후엔 F&F파트너스에서 투자를 주도했다. F&F홀딩스를 통해 조성한 ‘F&F 신기술투자조합 1호(400억원)’를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했다. 그동안 채널옥트·밤브네트워크·와이낫미디어 등의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이들 모두 영상 관련 스타트업이다. 특히 와이낫미디어는 ‘7일만 로맨스’ ‘오늘부터 계약연애’ 등을 히트시키며 웹드라마 1억뷰 시대를 열었다.
F&F파트너스 관계자는 “2호 펀드 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전략은 정하지 않았지만, 1호 펀드와는 다른 방향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후속 펀드 역시 모기업인 F&F홀딩스가 자금을 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부 자금도 확보할지 관심이 쏠린다.
무신사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비중은 패션기업에 쏠려있다. 패션과 관련한 기술을 보유한 곳도 들여다 보고 있다. 최근엔 금융업 전문 자회사 ‘무신사페이먼츠’를 설립하고 간편 결제 서비스 강화에 나선 만큼 관련 투자에도 관심이 쏠린다. 모기업인 무신사는 같은 패션회사인 F&F로부터 출자를 받기도 했다. 최근 투자사를 설립한 더네이처홀딩스 역시 무신사에 베팅한 바 있다.
LF는 LF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기존 사업 부문인 패션·뷰티·e커머스·식품 등과 관련된 라이프스타일 분야뿐만 아니라 디지털·테크 기반 플랫폼 기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디티앤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을 지낸 조동건 대표를 중심으로 투자기업을 발굴 중이다. 최근엔 사모펀드(PE) 파트너스그룹홀딩스와 KB증권을 거친 박만규 이사를 투자운용본부 심사역으로 영입하면서 역량을 강화했다.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무역은 해외 투자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YOH CVC을 설립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의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브랜드와 친환경·특수 소재, 자동화 분야를 중심으로 직접 투자하는 한편 출자자(LP)로도 나설 계획이다.
업력으로 보면 LF와 영원무역이 선배격이지만, 투자 활동에서는 F&F와 무신사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벤처투자 업계에선 다른 패션기업들도 투자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VC 업계 관계자는 “모기업의 본업과 관련한 투자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투자 영역을 제한하지는 않는 모습”이라며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집중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