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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매 두 얼굴]②미국, IPO 절차만큼 자사주 처분 과정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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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자사주 취득·처분 손쉬워
주주환원 이외 목적으로 활용 간편
미국처럼 까다롭게 규제해 주주이익 보호해야

국내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할 때와 처분할 때의 목적이 딴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시주 취득 목적은 '주가 안정 및 주주환원'이 다수였지만 처분할 때는 투자금이나 성과금을 마련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기업이 공시와 다른 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사례가 만연하면 시장의 신뢰가 훼손될 소지가 있다. 자사주를 시장에 매각하려면 미국처럼 기업공개(IPO) 때와 비슷하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겉과 속 다른 국내 기업 자사주 취득·처분

국내 증시에서는 자사주 취득과 처분이 용이하다. 특히 자사주 처분이 쉽다는 것은 주주환원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유럽 기업은 주주환원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2018년 기준 미국 주요 상장사의 59%, 유럽 주요 상장사의 24%가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5~2022년 상반기 기준 국내 기업의 자사주 직접 취득 목적 1위(85.6%)는 '주가 안정'이었다. 이어 이익소각(5.7%), 임직원 성과 보상(3.5%), 상장폐지(1.4%), 주식매수선택권 행사(0.5%) 순이었다. 재무구조 개선(0.1%)이나 경영권 강화(0.2%), 지주사 전환(0.1%) 등의 목적은 1% 미만에 불과했다. 자사주 간접 취득(신탁 체결) 목적 1위(99.3%) 역시 주가 안정이었다.


그러나 자사주를 처분할 때는 취득 목적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공시 건수 기준으로 자사주 처분 목적 1위는 임직원 성과 보상(34.5%)으로 나타났다. 이어 주식매수선택권 행사(26.9%), 투자 및 운영자금 확보(11.6%), 재무구조 개선(4.6%), 전략적 제휴(3.9%), 주가 안정(3.6%) 순으로 나타났다. 주식 수 기준으로 봐도 재무구조 개선(21.2%)과 투자 및 운영자금 확보(20.0%), 교환사채 발행(14.3%)이 절반을 넘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 처분이 신주발행과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 차이가 없음에도 절차상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고 기업의 재량에 따라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 간 형평성 침해나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시총에서 자사주 제외…자사주 처분도 까다로워

올해 초 금융당국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결국 접었다. 기업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기업 자금으로 취득한 자사주 처분 여부와 방법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간접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는 등 주주환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목적으로 처분하는 경우는 적고, 지배주주를 위해 활용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미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미국에서는 자사주를 시장에 매각할 경우 기업공개(IPO) 때와 비슷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후 시장에서 다시 팔려면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위해 재등록해야 한다. 자사주는 발행주식으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자사주 상장' 절차를 밟아야 매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자사주 처분 방법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장내 처분의 경우 처분 수량과 가격을 제한하고 있지만, 장외 처분 관련 규정은 없다. 처분 가격과 처분 시기가 불합리할 경우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다만 현재 제도 아래에서는 자사주 처분이 적정 가격에 이뤄졌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또 미국에서는 자사주를 시가총액 산출에서 제외한다. 의결권과 배당받을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시총에 포함하면 장부가치(자사주 제외)와 시장가치(자사주 포함)가 불일치하면서 기업 지표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펀드 공세, 소액주주의 인식 변화 등의 영향으로 자사주 소각 요구가 커지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사례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인적분할, 지분 맞교환 등의 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사례가 더 많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사주 매입 취지는 주식 소각으로 주주에게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자본충실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이를 제어하기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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