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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기업 리포트]⑤ 적자 한전, 이자부담 1위..이자도 '기업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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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채권발행→이자증가→적자'

금리인상에 지난해 기업 이자부담 41% 늘어
이자비용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전력으로 2조8185억원 지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도 11곳

높은 이자비용에 부담 느낀 기업들 현금 쌓아
현금성자산 전년比 11.8% 증가
일부는 환금성 좋은 금융상품 투자
현금흐름 안정성 확보하고 이자수익 얻으려는 전략

편집자주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은 스포츠로 치면 국가대표다. 우리나라 각 산업을 대표하고 경제를 이끈다. 국민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100대 기업 주식을 산다. 취업준비생들은 100대 기업에서 일하는 미래를 꿈꾼다. 매년 벚꽃이 필 무렵 100대 상장사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한다. 지난 일년간 우리나라 주전 멤버로 뛰며 어떤 성적을 거뒀고 기존에 한 약속을 잘 지켰는지 스스로 점검해보자는 취지다. 아시아경제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이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이들의 몸 상태를 점검해봤다. 올해도 우리 경제를 이끌 수 있는지 부상을 점검하고 다른 기업과 비교해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이 이자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큰 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 주요 기업의 이자비용이 절반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경제가 16일 올해 1분기 말 시가총액 기준 국내 상장사 상위 100곳(금융회사 제외)의 '2022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0대 상장사의 이자비용 합계는 17조9999억원으로 전년도 12조7762억원에서 41%(5조2233억원)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5개 기업이 2021년보다 이자비용을 더 썼다. 비용이 감소한 회사는 15개뿐이었다.


가장 이자비용이 많은 곳은 한국전력(2조8185억원)이었다. 전년(1조9144억원) 대비 47.2% 증가했다. 그 뒤로 현대자동차(2조7119억원·35.7%), 삼성전자(7630억원·76.8%), CJ(6755억원·29.7%), HD현대(6405억원·118.3%) 순이었다. 이자비용 ‘톱5’의 이자비용 합계는 7조6094억원으로, 100대 기업이 지출한 이자비용의 42.2%를 차지했다.


2021년 대비 이자비용 증가율이 높은 기업을 보면 한전기술(760%), 고려아연(725%), SK스퀘어(502%), 에코프로비엠(399%), 삼성바이오로직스(335%) 순이었다. 100% 이상 오른 기업이 22개였다. 4개 회사 중 1개꼴로 이자비용이 곱절 이상이 된 것이다.


100대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도 11곳으로 조사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이자 지급에 필요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가령 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356억원이었고, 이자비용으로 3175억원을 지출했다. 이자보상배율이 0.4였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절반도 충당하지 못한 셈이다.


이자비용 증가의 주요 원인은 고금리의 여파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최저점(0.5%)을 찍은뒤 2021년 두 차례 인상으로 1%가 됐다. 지난해에는 무려 7차례나 인상돼 3.25%까지 올랐다. 지난 1월 한 차례 더 오른 뒤 4개월째 3.5%에 묶여있다.


한은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과도하다”며 선을 그었다. 한미 금리차가 1.5%포인트(미국 기준금리 5%)로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금리를 낮추지 않는 이상 국내 고금리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금 보유 늘리는 기업들…일부는 단기 금융상품 투자

높은 이자비용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은 점차 곳간에 돈을 쌓고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위기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일부는 환금성이 좋은 금융상품을 대거 사들였다.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적잖은 이자수익까지 얻으려는 전략이다.


100대 상장사의 지난해 현금성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총액은 362조6945억원으로 전년(324조3260억원)과 비교해 11.8% 늘었다. 지난해 현금성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삼성전자로 114조7836억원이었다. 전년(120조7404억원)과 비교해 4.93% 줄었다. 반도체 업황 부진 영향으로 보인다. 이어 현대차(26조6395억원), SK(25조1211억원), 기아(13조조6080억원) 순으로 현금성자산이 많았다.


현금성자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515%에 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1년 현금성자산은 4974억원이었으나 지난해 3조597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는 공장 증설 등 투자를 대폭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1조9800억원을 투입하는 송도 제5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그 다음으로 F&F(458%), LG에너지솔루션(363%), GS리테일(327%)도 전년 대비 현금성자산을 대폭 늘렸다.


기업의 현금성자산 중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251조718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0.7% 증가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나 현금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수표, 당좌예금, 만기 3개월 미만 금융상품 등을 의미한다. 기업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전 비축해두는 자금으로 빠르게 현금화가 가능하다. 지난해 현금및현금성자산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무려 1779%에 달했다.


단기금융상품에 가입해 금리인상 기조에서 단기 이자수익을 노리는 재테크형 기업도 있었다. 단기금융상품은 정기예금·정기적금·양도성예금증서(CD) 등 만기 1년 이하 금융상품을 의미한다. SKC는 2021년 단기금융상품이 약 70억원 규모였으나 지난해엔 3660억원까지 무려 5167% 늘렸다. 현대로템(3498%), 쌍용C&E(3416%),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594%) 등도 단기금융상품 투자를 대폭 늘렸다.


단기금융상품 보유액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65조1029억원에 이른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3.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년 이자수익만 2조2786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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