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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벤처캐피탈…60% 쪼그라든 벤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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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경기 침체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 망설여
1분기 벤처펀드 결성액 5696억원…전년 동기엔 2조6668억원
엑시트 방안 고민…금융지주 계열 VC 등 구원투수 역할 기대

벤처투자 시장이 여전히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대체투자의 대명사이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추구하는 벤처캐피탈(VC)들이 보수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서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투자금을 쉽사리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 넘게 감소했다. 2조2214억원에서 8815억원으로 급감했다. 벤처캐피탈의 벤처펀드 결성액도 2조6668억원에서 5696억원으로 줄었다. 모태펀드 예산이 예년과 달리 줄어들면서 벤처투자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었다는 지적이다.



썝蹂몃낫湲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 벤처 스타트업 자금 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이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성장 단계인 시리즈B, 시리즈C 단계에 있는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니콘, 예비 유니콘 등 유망 기업으로 손꼽히던 곳들도 사업부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벤처투자액·벤처펀드 결성액 일제히 감소…위기에 빠진 스타트업

가까스로 투자를 받아도 직전 밸류에이션(기업가치)과 같거나 떨어진 수치로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신규 투자자보단 기존 투자자의 도움으로 사실상 연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급기야 시리즈A1 등 유동성 장세에서 볼 수 없었던 기이한 라운드까지 등장하고 있다.


시리즈A 투자를 유치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벤처캐피탈을 대상으로 열심히 IR을 돌고 있지만, 투자에 관심만 보일 뿐 집행은 요원하다”며 “투자 유치 목표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매칭이 된다고 해도 밸류에이션 할인 요구가 거세 힘이 빠지기 일 수”라며 “그럼에도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투자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탈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벤처캐피탈 수익의 핵심은 엑시트(투자금 회수)다. 수년간 열심히 씨를 뿌리고 수확을 기다린다. 문제는 씨가 마르면서 수확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기업공개(IPO) 문턱도 높아져 상장을 통한 엑시트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벤처펀드는 218개다. 총 결성액은 5조3517억원에 이른다. 내년 상반기(1~6월) 만기인 3조3592억원(114개 투자조합 결성액)까지 더하면 8조7000억원이 넘는다. 엑시트에 나서 펀드를 청산해야 하지만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 10조5000억원 규모 지원책 내놔

이들은 대부분 출자자(LP)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후 펀드를 결성한 위탁운용사(GP)다. 투자금을 회수해 출자자에게 배분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한 기업의 IPO를 추진하거나 인수·합병(M&A)을 적극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구주 위주로 투자하는 펀드인 ‘세컨더리 펀드’도 탈출구가 될 수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펀드매니저는 “시장이 호황일 땐 다른 벤처캐피탈들이 세컨더리펀드를 통해 구주를 사는 수요가 있겠지만, 지금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불가피하게 만기 청산에 돌입하지 못해 만기를 연장하는 케이스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20일 1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책 내용을 담은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 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월 벤처기업에 29조7000억원의 정책자금을 신규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내놓은 추가 대책이다.


초기 성장 단계 기업에는 융자 1조2000억원, 펀드 2000억원, 연구개발(R&D) 4조7000억원 등 총 6조1000억원을 지원한다. 성장자금 조달이 곤란한 초기 성장기업에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이 총 1조2000억원의 보증을 추가 공급하고, 투자 소외 영역인 엔젤투자·지방기업에 대해서는 보증연계투자 규모를 600억원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업은행은 자회사를 설립해 10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 펀드를 조성한다.


자금 여력 충분한 금융지주 계열, 코스닥 VC 역할 기대

펀드 투자 운용 때 규제를 해소할 수 있는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안’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중기부는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는 대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투자 활성화를 독려할 예정이다. 업계는 당국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만큼 이제는 벤처캐피탈들이 적극 움직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로선 자금 여력이 있는 운용사들이 주로 거론된다. 우선 금융지주 계열 벤처캐피탈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한 우리벤처파트너스(구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KB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하나벤처스, NH벤처투자, BNK벤처투자, 하이투자파트너스, JB인베스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실력을 입증하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운용사도 관심 대상이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이끄는 DSC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최근 증시 입성에 성공한 범 LG 계열 LB인베스트먼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밖에 미래에셋벤처투자, SBI인베스트먼트,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 우리기술투자, 나우IB캐피탈, 스톤브릿지벤처스 등의 하우스도 벤처투자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VC 탐구'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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