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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게이트]골프연습장·식당 등 돈세탁 창구로…정관계 고위 인사 연루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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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대표, M&A로 기업 등 인수해 ‘자금 저수지’로 활용 의혹
정계, 재계, 언론계, 의료계 등 다양한 분야 인사 직간접 연루 정황도


시세 조종과 미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 은닉 혐의 등으로 검찰에 체포된 라덕연 호안 대표가 과거 여러 기업의 인수·합병(M&A)에도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 주식 투자를 넘어 기업의 경영권까지 넘봤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는 등의 경영활동은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단순히 '자금 저수지'용으로 법인을 인수 또는 설립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싸이토젠 CB 인수하며 코스닥에 손 뻗어

라덕연 대표가 코스닥 시장에 처음 이름을 내비친 때는 2020년 9월 무렵이다. 타깃은 바이오 진단 기업 싸이토젠이었다. 당시 ‘제일바이오펀드’에서 싸이토젠의 전환사채(CB) 7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전환가 2만200원으로, 총 34만6534주(6.15%)의 싸이토젠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썝蹂몃낫湲 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 검찰에 체포된 라덕연 호안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일바이오펀드의 최대주주는 지분 50.6%를 보유한 라덕연 대표였다. 이 펀드의 대표자 윤모씨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의 개인회사인 재산홀딩스의 대표다. 당시 라 대표와 이 전 대표가 함께 이 펀드를 이끌었다. 이후 제일바이오펀드는 이름을 ‘어센트바이오펀드’로 바꾸고 싸이토젠의 지분을 계속 장내 매수했다. 결국 어센트바이오펀드는 싸이토젠의 지분 20.5%를 보유한 대주주에 올라섰다. 이에 바이오 업계에서는 어센트바이오펀드가 싸이토젠의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다만 창업주 전병희 대표는 CB 콜옵션 행사로 최대주주 자리를 방어했다. 전병희 싸이토젠 대표의 지분은 20.59% 수준이다. 현재 라 대표는 싸이토젠 인수 뜻을 접고 펀드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토젠은 순환종양세포(CTC) 기반 액체생검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하는 바이오 진단 플랫폼 업체다. 지난달 27일 마크로젠과 액체생검 유전체 분석서비스를 위한 기술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라 대표는 가수 임창정씨의 기획사인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 지분도 사들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라 대표는 예스아이엠엔터 지분 50%를 50억원에 인수했다. 지분 인수 후 라 대표는 자신의 최측근인 안모씨와 변모씨 등을 예스아이엠엔터 사내이사로 등재시켰다. 안씨는 라 대표의 자금 저수지 중 하나인 강남의 S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프로골퍼이기도 하다. 예스아이엠엔터에는 총 5명의 사내이사가 있는데, 이 중 40%를 장악한 것이다. 나머지 이사진은 임씨의 아내와 가족 등이다.


예스아이엠엔터 지분 인수로 친분이 생긴 임창정씨는 라 대표에게 개인적으로 30억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라 대표가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들을 상대로 주최한 VIP 자선골프행사에 참석해 라 대표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아울러 라 대표는 240억원을 들여 지난해 9월 얍컴퍼니 경영권도 확보했다. 얍컴퍼니는 2013년 6월 설립된 인공지능(AI) 기업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얍컴퍼니는 위치기술을 바탕으로 주문, 근태관리, 사회안전망, 광고서비스 등의 상용화는 물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얍컴퍼니의 주요 주주로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가 있다. VIK는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준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1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사기 행각을 벌인 곳이다. 이 때문에 3만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했다.


VIK가 투자한 기업은 얍컴퍼니를 비롯해 신라젠·아스타 등 수십여 개에 달한다. VIK 대표인 이철씨는 2019년 7000억원대 불법 투자 유치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을 확정받았다. 이어 지난 2월 검찰은 이철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그동안 라 대표는 서울 중학동 얍컴퍼니 사무실에서 임창정씨를 만나는 등 사업적 본거지로 삼았다. 투자 관련 논의를 비롯해 송년회, 회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다. 라 대표는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해성학원의 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얍글로벌 이사회 의장으로 알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라 대표가 기업들의 경영권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운영이 쉽지 않자 투자 수익금을 세탁하는 창구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 라 대표가 인수한 얍컴퍼니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21년 기준 매출액은 5억원 수준이다. 당기순손실은 2019년 270억원, 2020년 68억원 2021년 41억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라 대표가 얍컴퍼니를 돈세탁 창구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인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라 대표는 골프연습장, 식당, 병원, 갤러리, 헬스장, 케이블 방송채널 등 여러 법인을 활용해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으면서 이른바 '카드깡' 방식을 동원했다는 의혹, 외국에 골프장 등 부동산을 사들여 주가 조작으로 실현한 차익과 수수료를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특히 주가 폭락 사태가 벌어지기 일주일 전에는 강남 모처에 가구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라 대표는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스페테딕(Spetheic Co.,Ltd.)’이라는 법인을 새로 세웠다. 자본금은 5억원으로, 신규 법인 기준으로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사업 목적은 목재가구, 기타가구 제조업 및 도소매업 등이다. 라 대표 측근인 프로골퍼 안모씨의 부친도 가구사업을 하고 있다. 골프연습장, 갤러리 등을 자금세탁 창구로 이용한 정황이 포착된 바 있어, 이 가구 업체도 비슷한 목적으로 세운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박영수 전 특검, 이중명 전 회장 등 거물급 이름 거론

이번 주가 조작 파문에는 정계, 재계, 언론계, 의료계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남부지검은 정관계 고위 인사들도 수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고 밝혀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라 대표 측이 지분을 사들인 인터넷 매체를 소개한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국회 공직자윤리위원 장모씨, 라 대표가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한 회사 등에서 법률 자문으로 일하고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영수 전 특검, 이중명 전 회장 등과 더불어 단순 투자를 넘어, 라 대표 측 관련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C일보 전 발행인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제약회사 휴온스 그룹의 윤성태 회장도 라 대표에게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리조트 업체 아난티 그룹의 이중명 전 회장도 주가 조작 연루 종목에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입장문에서 "아난티는 이번 이중명 전 회장과 관련된 보도 내용과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며 "부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계시다"라고 밝혔다.


라 대표에 의사들을 소개시켜 준 병원장 주모씨도 주요 인물로 분류된다. 주씨는 병원을 포함해 6개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의료계 ‘큰 손’으로 통한다. 그는 수년간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병원에 여러 의사를 부원장으로 고용해왔다. 이들은 이 병원에서 일하며 돈을 모은 후 따로 병원을 개원했다. 이 과정에서 주씨가 조언을 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주씨는 이런 방식으로 수십명의 의사와 친분을 쌓으며 업계 ‘마당발’로 통했다.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자본시장 질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진상파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투자피해 사례와 함께 라덕연 측의 주가조작 및 자산은닉 정황, 다우데이터·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매도 관련 내막 등 어떤 내용의 제보든 환영합니다(jebo1@asiae.co.kr). 아시아경제는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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