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
닫기버튼 이미지
검색창
검색하기
공유하기 공유하기

케이맨제도로 가는 얼라인…韓시장이 불편한 外기관들

  • 공유하기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5000억 규모 블라인드펀드 케이맨에서 조성

국내 주주행동주의 열풍의 주인공 중 하나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케이맨제도에 대형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미리 정하지 않고 운용하는 펀드) 조성에 나선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그동안 국내에서 주로 단일 종목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펀드(투자처를 미리 정해두고 운용하는 펀드)를 만들어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펼친 운용사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미국·영국·캐나다 등지에서 기관 투자자들을 연이어 만난 후 국내가 아닌 케이맨제도에서 약 5000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국내가 아닌 영국령 케이맨제도에서 펀드 조성을 추진하는 것은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이들이 강력하게 요청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케이맨제도는 법인세·소득세·상속세 등이 면제되는 곳이다. 1만개가 넘는 헤지펀드가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케이맨제도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자금은 주로 인수합병(M&A) 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출자자(LP)들이 관계된 펀드는 케이맨·몰타 등 조세회피지역을 통해 들어오는 것을 선호한다"며 "해외 LP들이 한국 시장에 직접 들어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고 실무적으로도 영국령인 케이맨이 익숙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세금의 유불리는 케이스별로 다 달라서 일괄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펀드의 성과를 인정하고 자금을 맡기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직접 투자보다 해외 법인을 통한 우회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의 제도와 운영 방식에 여전히 불안감을 느껴서라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은 어느 때보다 어지럽고 삼엄하다. 현재 금융사 전 업권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전방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사 출신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 이후 국내 은행 불법 외화송금 사건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수조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조작 의혹 등 조사 대상을 확대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 검사를 받은 다수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옷을 벗었다. 김지완 전 BNK금융지주 회장과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등은 금감원의 강도 높은 검사를 받았고, 결국 모두 자진 사임했다.


이 원장이 '금융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최근에는 일반 직원들의 불법 행위까지 샅샅이 훑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하이브 직원 3명을 미공개정보이용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토종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 직원들의 미공개정보이용 불공정거래행위를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해 검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조직 확대를 통해 금융권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확실한 제재 사례를 도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달 금감원이 발표한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주가 조작을 포함해 불공정행위를 조사하는 부문의 인력이 약 35% 증원되고, 특별조사팀, 정보수집전담반, 디지털조사대응반 등이 신설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주가 조작 의혹 사태를 겨냥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선 이번 조직 개편이 결국 금융회사들을 향한 전방위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시장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감독 전략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얼라인 측은 "역외 펀드 구조를 만드는 것은 해외의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기본적으로 케이맨제도 등 펀드 운용을 위해 법 체계 등이 오랜 기간 확립되고 검증된 곳에만 투자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