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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금융감독원장의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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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부원장은 야당 혁신기구로 가고, 현직 원장은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난무합니다. 금융감독원이 무슨 정치 조직입니까?"


금감원이 정치 조직화하고 있다는 전직 임원의 푸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최근 자본시장에선 "'복사장(이복현 원장의 별명)'은 '동작을'로 나올 것 같다"는 구체적 표현의 루머도 돈다. 여의도 정가에선 검찰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이 원장을 두고 '총선 총동원령'에 따라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립된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이다. 금융시장 감독을 맡은 기관으로 철저한 중립성이 필요하다. 정치적 야심을 가진, 혹은 금감원 이후에 더 큰 무게를 두는 리더가 거쳐 가면 기관의 존립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그에 따른 피해는 금융 소비자가 떠안는다.


최근 시장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금감원의 감독 행보를 두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반복되는 자본시장의 불공정·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선량한 감독 업무에 대해서도 이 원장의 '정치적 쇼맨십'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본다.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금감원은 조사부서 인력을 충원하고 특별조사팀을 신설했다. 업무 권역을 가리지 않고 올해 말까지 투자자 피해 등이 우려되는 중대 불공정 사건 발생 때 총력 대응키로 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의 피감독 회사나 기관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납작 엎드려있다.


리더가 사사로워지려 할 때 조직원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주변 사람이 당사자보다 먼저 안다. 목적을 달성한 자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본질적 존립 가치와 운영 철학이 훼손된 조직은 남아있는 자들의 몫이기에 더욱 그렇다. 조직 내외부에서 이 원장을 지켜보는 시선은 '지금'보다는 '나중'을 사는 사람이다.


물론 이복현 원장은 여러 차례 출마설을 일축했다. 지난 3월에는 비공개 임원 회의에서 "금감원에 거머리처럼 딱 붙어 끝까지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 또 같은 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감독 당국이 챙겨야 하는 시장 안정화 상황이나 금융소비자 지원 등에 대한 노력이 1~2개월 안에는 결실이 나기 어렵다"며 "최소한 연말 내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노력해도 될 듯 말 듯 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선 "현재 금융위,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감원 등 4개 기관 중심으로 여러 정책을 챙기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기관장들 간의 인간적 신뢰나 금융시장 상황이 아직 녹록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쉽게 그중 누구 한 명이 손들고 나간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의 '출마설'은 억측이고 기우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순간, 억측과 기우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다.


이 원장 본인의 말처럼 금융시장의 상황이 여의찮다. 금융질서 유지와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깊은 고민을 가진 리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최연소 금감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임명된 순간부터 이복현 원장은 '윤 라인의 막내'가 아닌 금융시장 최전방의 파수꾼이다. 불출마 선언을 불사하더라도 그가 지켜야 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공정한 질서와 건강한 자본의 흐름이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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