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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스마트골프 경영권 분쟁…원조 슈퍼개미 김성진은 왜 장외기업 인수에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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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스마트골프 대표 해임 등 내용의 임시주총 요구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입지 미미…적자 이어져 인수 유인 적어
장외시장 기업 인수해 본인 소유 비상장기업 우회상장 노리는 듯


원조 슈퍼개미 김성진씨가 스마트골프 경영권 인수를 노리고 있다. 주로 코스피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온 그가 장외시장(KOTC) 지정기업인 스마트골프 대표이사 해임 등의 안건으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와 장외시장 업계에 따르면 김성진씨가 대표인 탑어스는 지난 5월 31일 스마트골프에 대표이사 해임 등의 안건을 목적으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탑어스는 스마트골프 주식 85만주를 주당 평균 319원에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시장 관계자는 "김성진 대표 측이 스마트골프 사내이사로 김성진, 김선웅, 최진호 선임을 요청했고, 감사위원으로 이연희씨를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선웅씨(83년생)는 김성진씨의 아들, 이연희씨(61년생)는 부인으로 보인다"며 "모두 탑어스 임원들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진 대표는 론스타가 극동건설 지분을 매수하기 전인 2000년 극동건설 지분을 매집해 유명해졌다. 지인과 함께 약 20억원에 지분 41%를 확보한 후 매도해 큰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신일산업·고려산업 등 코스피 상장사 지분 인수 경쟁에도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화천기계 지분을 매집해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런 김성진 대표가 스마트골프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한 것은 5월 중순이며, 현재 스마트골프 지분을 약 22.62%(127만주)까지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분기보고서상 박지형 스마트골프 대표의 지분율은 18.11%이다. 박 대표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29.74%에서 감소했다. 다만 주요 주주가 박지형 대표 쪽에 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말 기준 크리스월드더레지던스(2.50%) 등을 추가 지분을 확보하면 김성진 측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


스마트골프 대주주인 박 대표는 "김 대표의 경영권 인수 시도 이전에 M&A 태핑을 한 사례가 몇 번 있었지만 거절했다"며 "모두 회사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신주+구주 인수' 방식이 아닌 구주 인수를 원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 측도 회사에 관심을 갖고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주가가 급등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져 주주들이 피해보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적자 이어지고 시가총액 5억원에 불과

스마트골프는 골프존 개발팀장 출신인 박지형 대표가 2014년 설립한 기업이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7190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8억6579만원)보다 많이 줄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억1426만원, 2억2713만원으로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스크린골프 시장은 1위 사업자 골프존이 사실상 독점(시장점유율 80%)하고 있다. 2위 카카오, 3위 스마트골프 순이다. 기술 회사라 연구개발비를 계속 투자해야 하고, 가맹점을 1000개 이상 확대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후발주자인 스마트골프를 인수할 유인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스마트골프 매출액은 2016년 10억3263만원, 2017년 20억2647만원, 2018년 40억4013만원, 2019년 34억910만원, 2020년 18억1447만원, 2021년 54억900만원, 2022년 33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01만원(2016년), 9167만원(2017년), 1억3262만원(2018년)으로 조금씩 증가했다. 이후 -19억5521만원(2019년), -18억2546만원(2020년), -15억3455만원(2021년), -4억2576만원(2022년)를 기록했다. 적자 축소는 직영 매장 15개를 정리한 영향이 크다.


시가총액도 미미한 수준이다. 한때 385억원에 이르기도 했지만 지난해 자본잠식 탓에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시가총액은 5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분기보고서를 보면 현재(2023년 1분기) 직원도 총 5명에 불과하다. 등기임원인 박지형 대표와 1988년생 현종호 비상근 감사를 제외하면 3명뿐이다. 김 대표도 "시총 5억원 수준의 기업인데 적대적 M&A로 보는 것은…(무리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김 대표의 지분 매집을 의아해하고 있다. 주로 코스피 상장사 지분 매집에 나섰던 그가 최근 장외시장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크린골프 사업 진출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대표 측이 박 대표 해임 목적의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면서 경영 실패 등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낮은 가격에 경영권을 인수해 다시 매각할 생각이라면 경영 정상화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맥락 없이 대표이사 해임만 요구하는 것은 비이클(vehicle)로 사용할 KOTC 기업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을 통한 차익실현도 목적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다. 한 회계 전문가는 "차익실현이 목적이라면 코스닥이나 코스피 상장사를 겨냥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며 "더구나(스마트골프의) 재무제표와 현금흐름만 보면 경영권 분쟁으로 보기에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김 대표의 최근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김 대표는 최근 자신이 소유한 비상장법인을 통해 장외시장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보아스에셋에서 끄렘드라끄렘을, 원옥에서 산타크루즈컴퍼니를 인수했다. 탑어스에서는 현재 스마트골프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탑어스와 보아스에셋은 전일 임시주총을 개최하고 사업목적에 '금융상품투자업 및 유가증권매매업'을 추가했다.


언급한 모든 기업에 내용증명을 보내 대표이사 해임을 목적으로 임시주총 개최를 요청했고, 사내이사와 감사에 같은 인물을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기업을 흡수합병해 장외시장에 입성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장외시장 투자자는 "본인 소유의 비상장기업을 장외시장 기업으로 우회상장한 후 코스닥시장 입성을 노릴 수 있다"며 "코스닥· 코스피 상장사를 직접 인수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고 추측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골프 인수 목적에 관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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