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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상장 개선안 내달 발표…사후관리·투자자보호는 여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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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기술평가에서 단수로 전환하는 요건 완화 방안 담아
기술특례상장 183개사 중 상장 당일보다 주가 오른 기업 62곳뿐
미래 실적 전망 부풀리는 사례도…공시와 주관사 책임 강화 방안 준비

빙하기에 접어든 벤처 업계를 살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자금 조달 숨통 틔우기에 나선다. 기업들을 직접 찾아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적극 알리는 게 핵심이다. 매출이나 이익이 없어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를 기업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금융당국은 다음달 특례상장 제도 개선안을 발표해 상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기업에 단수 기술평가…7월 제도 개선안 발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다음달 발표할 특례상장 제도 개선안에 국가 주도 전략기술에 해당하는 업종의 기술평가를 복수 평가에서 단수 평가로 전환하는 요건 완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상장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단수 평가가 적용되는 업종에 대해선 금융당국과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세부 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디스플레이, 첨단 모빌리티, 이차전지, 로봇 등 산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특례상장이란 기술력이 뛰어난 유망 기술기업이 전문 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를 받아 상장 자격을 얻는 것을 말한다. 매출과 이익이 나지 않아도 기술력만 입증되면 코스닥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기술평가를 복수 전문 평가기관에서 받아야 하며 최소한 A등급과 BBB등급을 받아야 상장심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소재·부품 ·장비(소부장) 업종에 대해 예외를 뒀다. 평가기관 한 곳에서 최소 등급(A등급)을 충족하는 결과를 받았다면 상장에 나설 수 있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정부가 정한 산업에 속한 기업은 상장 시간과 비용을 아껴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선안에 거래소와 금감원의 정보 공유 강화 방안도 담기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 성가셨던 과정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 한해 상장 길을 터주거나, 상장 문턱을 완화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간 벤처캐피탈협회에선 ‘딥테크(혁신기술 기반 기업) 전용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초기에 기술특례상장을 바이오산업을 키우기 위해 도입했던 만큼, 딥테크산업 육성에도 독자적인 상장 길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들의 빠른 상장을 위해 상장 과정에서 겪지 않아도 되는 불합리한 부분을 정비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이미 IT, 바이오, 소부장, 융복합 등으로 기술평가모델을 다각화해 선택 적용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특정 산업을 위한 상장 제도 마련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직 기술특례제도를 바이오 기업만을 위한 상장 제도로 바라보는 것은 오해”라고 덧붙였다.


기업 숨통 트였지만…주가만 보면 '한숨'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바이오 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돕기 위해 도입한 건 사실이다. 신약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 다른 분야 기업보다 기술을 매출로 확인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지만, 임상실험이나 연구개발 등에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비(非)바이오 기업에도 기술특례상장 문을 열어 지금은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로 자리 잡았다. 2014년 항공기 부품 제조 기업인 아스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79곳의 비(非)바이오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2021년부터는 비(非)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 신청이 더 많아졌다. 2021년도엔 9곳의 바이오 기업이 상장했지만, 비(非)바이오 기업은 22곳이나 시장에 진입했다. 2022년엔 바이오 기업 8곳, 비(非)바이오 기업 20곳이었다. 올해 상반기엔 바이오 기업 4곳, 비(非)바이오 기업 9곳으로 집계됐다.




다만, 문제는 이들 기업의 주가다. 상장은 크게 늘고 있지만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떨어지는 모양새다. 기술평가 통과 후 기업들은 공모가 산정을 위해 미래 실적 전망치를 자체적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상장 당시 추산했던 미래 기업가치를 현실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183개 기업 중 상장일 대비 주가가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62곳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자릿수대의 수익률이 난 기업은 55곳(약 30%)뿐이다.


일례로 2018년 2월에 기술특례상장으로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신약 개발 기업 엔지켐생명과학은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18년 1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후에도 2019년(-164억원), 2020년(-191억원), 2021년(-207억원), 2022년(-146억원) 모두 부진했다. 올해 1분기에도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다. 당장 영업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예상된 결과지만, 임상 중단, 대주주의 유상증자 포기, 뒤늦은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의 공시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수정 주가 기준 상장 당일 종가는 1만3131원이었지만 지난 21일 기준 종가는 1585원으로 88%가량 하락한 상태다.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도 여럿 있다. 관리종목은 상장폐지 위험성이 있는 후보군을 거래소가 지정해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상장 지속 요건을 일반 코스닥 상장 기업보다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기준마저 맞추지 못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이 더러 발생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사들은 ‘매출 30억원 미만’ ‘최근 3년 내 2회 이상 연간 손실이 자본의 50% 초과’ ‘4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 ‘자본 10억원 미만’ 등의 사유가 하나라도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상장폐지에 이르게 된다. 현재 기술특례 상장사 중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곳은 인트로메딕, 이노시스,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셀리버리 등 총 4곳이다.


인트로메딕의 경우 현재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올해 1월엔 기술특례상장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폐기물처리회사인 유네코(옛 에코마이스터·상장 2018년)가 상장폐지됐다. 유네코는 상장 당시인 2018년 84억원, 2019년 113억원, 2020년 1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겠다는 전망을 담아 기업가치를 1000억원 이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론 2019년 -375억원, 2020년 -194억원, 2021년 -42억원으로 나타났다.


기술 개발 현황 공시 강화, 주관사 페널티 등 논의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안에 공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아 특례상장 제도의 부작용을 줄여 투자자를 보호하고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술특례 기업의 실적이나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상장 주관사(증권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게 요지다. 공모가 산정 때 기업공개(IPO) 흥행을 위해 증권사와 기업이 공조해 몸값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등의 행위를 막고 주가를 관리하도록 하는 등 상장 주관사의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이후 기술력에 대한 상시 공시의 경우 투자자에게 정보 제공 목적이 될 수 있지만, 경쟁사에 회사 기술력이 공개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며 "거래소와 금융당국도 투자자 보호 조치와의 중간지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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